[기자의 눈/정용관]‘총선 불출마’를 컷오프 기준으로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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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두 부류가 있다. 출마하는 정치인과 출마하지 않는 정치인이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이 평소 사석에서 하는 얘기다. 신 의원은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신 의원의 말은 옳고 그름을 떠나 명쾌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선언할 예정인 인사들이 줄잡아 20명에 육박하는 범여권 진영의 상황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사석에선 “(총선 패배 후) 정계복귀 신고를 대선 출마로 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는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르면 금배지도 날아갈 것이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아무튼 ‘용꿈’을 꾸는 이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요즘 범여권 진영의 주요 화제는 ‘컷오프’다. 범여권이 말하는 ‘대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실제 후보가 20명이나 나올 경우 TV 토론회조차 열기 힘드니 6명이 됐든 8명이 됐든 대선후보군을 압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여론조사를 통한 컷오프 방식이다.

범여권 진영의 대선후보 경선 방식을 만들고 있는 ‘국민경선추진협의회’(국경추)에 따르면 선거인단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각각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방안으로 본경선에 오를 후보를 추려 내자는 것.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지금 한창 갈등을 빚고 있는 한나라당 내의 ‘경선 룰’ 다툼 못지않게 복잡하지만 정치권에선 즉각 “한두 후보를 제외하고는 지지율이 1%도 안 되는 후보가 대부분인데, 여론조사가 무슨 변별력이 있겠느냐”는 힐난이 나왔다.

그런 복잡한 방식을 택하느니 차라리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후보에게만 경선 참여 자격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면 내심 총선용 얼굴 알리기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스스로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후보들은 총선용으로 출마했다는 비난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이렇게 해서 후보들이 압축되면 범여권이 그토록 원하는 대통합도 한결 수월해지지 않을까.

범여권의 한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기준으로 하면 간단히 후보군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후보군이 줄어들까 걱정은 되지만…”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정용관 정치부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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