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전갈이 뜨끔 낙타 덜덜…‘알쏭달쏭 펭귄탐정단’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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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펭귄탐정단/사이토 히로시 글, 다카바타케 준 그림·고향옥 옮김/80쪽·7500원·한림출판사

펭귄 쉰 마리가 일렬로 사막을 건너간다?

상상만 해도 웃음 터지는 장면. 민망하게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펭귄들이, “어기야 디야∼ 어기야 디야∼”를 외치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그 펭귄 쉰 마리가 걸어가는 곳은, 당연히 있어야 할 남극의 빙판이 아니라 난로 같은 사막이다!

이 그림책은 엉뚱하고 사랑스럽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사막에 비행선이 내려오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행선에서 내리는 것은 펭귄들. 모자 쓰고 나비넥타이를 맨 펭귄은 단장이다.

그 단장의 뒷자리에 돋보기를 든 펭귄은 부단장, 옆구리에 공책을 낀 펭귄은 부부단장…. 차례차례 내려온 쉰 마리 펭귄은 “어기야 디야∼ 어기야 디야∼” 구령을 외치면서 행진한다.

이쯤에서 들려올 질문. “엄마! 사막에 펭귄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고정관념에 붙들려 있을 아이에게 한 번쯤 다른 상상을 해 보자고 일러주자. 발상의 전환은 창의력을 키우는 첫걸음이다.

돌멩이 앞에서 멈춰선 단장 펭귄. 돌멩이가 움직이더니 전갈이 기어 나온다. “너, 너희들은 누, 누구냐”는 전갈의 더듬대는 물음에 펭귄들이 일제히 “우리는 펭귄탐정단이다!”라고 외친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전갈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오래전 거북에게 밟혔을 때 자기도 모르게 꼬리의 독침으로 거북을 콕 찌른 것. 탐정단이라니, 혹시 그 일을 조사하러 온 게 아닐까 덜덜 떠는데, 느닷없이 펭귄들은 “어기야 디야∼” 하면서 일제히 걸어간다.

이 무슨 황당한 상황. 전갈이 마음 졸이건 말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펭귄들 얘기를 따라 읽다 보면 코미디 프로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다.

이어 전갈이 찌른 거북을 만나고, 거북이 물어 버린 낙타를 만난다. 낙타는 전갈의 집을 부순 적이 있어 펭귄탐정단과의 만남이 영 거북하다. 시종일관 “어기야 디야∼”를 외치던 펭귄들이 ‘탐정 활동’(뭘 했는지는 모르지만)을 마치고 비행선을 타고 날아간 뒤에 남은 전갈과 거북, 낙타. 셋의 마음속 오해는 어느새 스르르 풀려 있다.

불 같은 사막도 마다않는 얼음나라 출신 펭귄들의 도전정신도 눈에 띄지만, 심각한 상황(잘못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을 반전시키는 여유 있는 유머도 배울 만하다. 그러고 보니 ‘펭귄탐정’ 같은 엉뚱한 듯 보이지만 품 넓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다. 치컥 티컥, 달각 달그락 같은 유쾌한 의성어도 읽어 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를 즐겁게 한다. 7세∼초등 2학년용.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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