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빼어난 산문가로 평가받는 저자의 독창적인 사유와 몽타주적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 주는 책. 국내에선 처음 번역됐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문구에서 비롯된 번뜩이는 사유를 경구체로 담았다. ‘계단주의!’라는 푯말에서 좋은 산문을 쓰는 작업의 세 단계를, ‘마차 세대까지 주차 가능’에서는 중죄범 교도소의 구석을 떠올린다. ‘13번지’에 나온 책과 매춘부의 공통점은 비틀기의 정점이다. 이런 기발한 상상 덕분에 글들은 한 편의 이미지 시를 보는 듯하다. 어린 시절을 담은 책 ‘베를린의 어린 시절’도 함께 발간됐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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