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노처녀 생존법을 가르치다… ‘우먼 인 아프리카’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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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홍보 마케팅을 맡았던 저자가 111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의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온갖 두려움도 아프리카에 두고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진 제공 이가서출판사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홍보 마케팅을 맡았던 저자가 111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의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온갖 두려움도 아프리카에 두고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진 제공 이가서출판사
◇우먼 인 아프리카/글·사진 정은선/323쪽·1만2000원·이가서

서른한 살 버거운 나이에 배낭여행족의 마지막 코스라는 아프리카로 훌쩍 떠난 그녀는 서른 가지를 버리고 한 가지를 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영화 홍보장이’ 정은선 아이엠픽처스 기획·마케팅팀장.

버린 것은 무엇일까. 우뚝 솟은 희망봉에선 일상을 진부하게 만드는 나태를 버렸고, 작열하는 태양이 내리쬐는 나미브 사막에선 위선적 내숭과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짜증을 버렸다. 스카이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스왁문에선 스스로를 초라하게 하는 열등의식과 유행 따르기를 포기했다. 부시맨이 산다는 암벽 황무지 스피코프에선 막연한 기대와 옛사랑의 추억과 작별하는 법을 배웠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 점프에 도전하며 두려움을 극복했고, 킬리만자로를 오르며 때 타기 쉬운 순수함의 한계를 배웠다.

그것은 거대한 대자연 앞에서 얻은 지혜라기보다는 세계 각지에서 온 22명의 형형색색 배낭여행족과 함께 트럭을 타고 동고동락하는 단체여행에서 건져 올린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은 이렇게 아프리카 여행에서 온몸으로 터득한 지혜를 영화 마케팅 현장에서 쌓은 실무 노하우와 전문직 독신 여성이 부닥치는 생활의 지혜와 접목해 나란히 배치했다. 거기서 ‘번지점프를 하다’ ‘투사부일체’ ‘낭만자객’ ‘타짜’ 등 영화 마케팅을 진행했던 저자가 관찰한 영화 제작 후일담을 들을 수도 있다. 또 ‘처치 곤란’이란 구박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일에 충실하기 위해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부모 곁에 붙어사는 올해 서른셋 노처녀의 남다른 생존 비결을 발견하고 쿡쿡 웃음을 터뜨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가져온 한 가지는 무얼까. ‘큰 소리로 웃지 마라, 목소리를 높이지 마라, 문제를 일으키지 마라, 나보다 남을 배려하라’라는 타인 중심의 삶이 아닌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라, 큰 목소리로 나를 부각하라, 더 크게 문제를 만들어 주목받아라, 내가 행복한 것이 최우선이다’라는 자기중심의 행복한 이기주의다.

최근 한국에서 부상하는, 결혼에 얽매이지 않는 전문직 여성들이 사회생활과 오지 탐험 등을 통해 도달하는 결론은 이처럼 어느 화장품 광고의 카피(“저는 소중하니까요”)를 닮았다. 남성 중심의 억압적 한국 사회에서 때론 우아하게, 때론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한 생활의 지혜다. 그러나 그것이 방편의 진리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나의 발견’이 진정 중요한 것도 결국 ‘타인을 향한 삶’이란 궁극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입문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이 여전히 축복인 이유도 바로 거기에 숨어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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