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이 스파이 잡으려고 부동산 정보 뒤졌다?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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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해 8월 한 달에만도 2924건의 국민 개인정보를 행정자치부 전산망을 통해 들여다본 사실이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을 통해 밝혀졌다. 이 중 2614건이 해외담당 1차장(현 김만복 국정원장) 산하 부서에서 이뤄졌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어제 “행정정보 조회 신청은 대부분 선임차장인 1차장 명의로 하기 때문에 조회건수가 많았을 뿐이며, 2005년 이후 월평균 2590건의 정보조회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위야 어떻든 국민의 사생활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조지 오웰의 소설 속 ‘빅 브러더’가 연상된다.

국정원은 열람한 개인정보가 주로 주민등록 정보, 전산호적 정보, 토지대장, 토지등기부 등으로 신원조회, 산업스파이, 대공 관련 업무에만 사용했다고 해명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스파이나 간첩을 잡는 일은 국정원이 마땅히 해야 할 임무이지만 토지대장과 등기부의 열람은 왜 필요한가. 이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이유다.

국정원은 2004년부터 청와대조차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비밀조직인 ‘부패척결 태스크포스’라는 것을 만들어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의 부동산 자료도 뒤져본 사실이 확인됐다. 태스크포스의 활동과 국정원의 개인정보 무더기 열람은 과연 무관한 것일까. 개인정보 열람의 약 90%가 국정원 해외담당 1차장 산하에서 있었다는 점도 의문을 더해준다. 조회 목적을 은폐하기 위해 일부러 해외담당 차장실에서 관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

국정원은 “조직 및 업무 수행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며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국회와 언론에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그래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검찰이 관련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이 후보 뒷조사 의혹 수사에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 전자정보시스템의 악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진상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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