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富者커트라인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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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나온 ‘돈과 결혼하는 방법’이란 책은 ‘미혼의 부자에게 접근하기 알맞은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라’고 충고한다. 이어 ‘그들이 얼마나 부자인지 한눈에 알아보는 실력을 길러라’ ‘그들에게 신뢰와 편안함을 주는 매너로 행동하라’고 코치한다. 미국 경제잡지 머니는 지난달 ‘억만장자와 결혼하기’라는 기사에서 “부자와 결혼하려면 먼저 그들의 사업, 외출 습관, 애완동물, 취미생활, 기부하는 곳, 휴가 가는 곳 등을 파악하라”고 했다.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인지, 기사는 “덜 부자와 사는 방법도 배우라”거나 “눈높이를 낮추라”는 조언을 곁들이고 있다.

▷주거용 주택을 제외한 재산이 100만 달러(약 9억2000만 원) 이상인 ‘백만장자’는 세계에 950만 명이 있다는 게 미국 증권회사 메릴린치의 작년 조사결과다. 이들 중 상위 1%인 초거부(超巨富)에 끼려면 재산이 3000만 달러(약 276억 원)는 돼야 한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집계하는 ‘억만장자’는 세계에 946명이 있다. 10억 달러(약 9200억 원) 이상의 재산가라야 여기에 낄 수 있다.

▷국내 ‘부자 커트라인’도 계속 오른다. 한길리서치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부자의 기준은 20억3000만 원이었으나 이번엔 27억 원으로 나왔다. 작년 신한은행 고객조사에서도 ‘30억 원은 있어야 부자’라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고 ‘100억 원은 넘어야’라는 응답도 10%나 됐다. 한술 더 떠서, 취업 관련 포털 ‘스카우트’ 등의 조사에선 20대의 부자 판정 기준이 50억 원이었다. 가수 현영의 광고 카피처럼 ‘못 당한다, 못 당해’ 그대로다.

▷미국 부자를 연구한 토머스 스탠리가 ‘이웃집 백만장자’라는 책에서 소개한 부자지수(指數) 공식은 ‘(순자산액×10)÷(나이×연간총소득)’이다. 지수가 1 이상이면 같은 또래보다 부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한다. 0.5 미만이면 재테크에 문제가 있다는 뜻, 2 이상이면 잘하고 있다는 뜻이라지만 지수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정작 스탠리가 꼽은 부자들의 특징은 ‘절약, 또 절약’이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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