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과 첫 대면협상, 치열한 기세싸움

  • 입력 2007년 8월 3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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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 억류 사태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와 탈레반 간 직접 접촉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강.온 전략을 구사하며 서로 압박을 가하는 등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이에 따라 이번 인질 사태는 극히 유동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인질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협상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그러나 양측간 입장이 명확하고 새로 빼어 들 `히든 카드'도 여의치 않아 협상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치열한 기세싸움...강온전략 구사 = 한-탈레반 협상에 앞서 기선 제압을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되고 있다. 협상력 제고를 위한 사전 포석에 나선 셈이다.

특히 미국은 인질-아프간 구금자 맞교환 방안에 대해 강력한 톤으로 선을 긋고 있다. 나아가 군사 옵션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 탈레반측을 압박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기자들에게 "탈레반이 인질들을 석방토록 모든 압력이 가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군사적 압력도 우리가 지닌 여러가지 수단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납치범들에 대한 양보는 더 많은 납치나 인질 억류를 가져올 뿐이라고 믿으며, 그에 대한 우리 입장은 아주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송민순 외교통상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한 뒤 "한국과 미국 모두 한국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옵션을 배제하고 있다"면서 "미국도 군사작전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엇갈린 언급을 했다.

김장수 국방장관도 압둘 라힘 와르닥 아프간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한국인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실시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아프간이 군사 카드에 비중을 두고 있는 데 맞서 한국이 `유연한 대처'를 요구하며 고리를 걸고 있다는 메시지가 수차 반복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탈레반 대변인 격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협상진전을 낙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데드라인(협상시한)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절충점 있나 =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제한돼 있다. 그만큼 협상 전망이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주변의 전망이다.

탈레반은 인질과 탈레반 구금자 맞교환 요구에서 단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당초 23명 전원 교환을 요구했던 데서 3단계 절차를 밟되 1차로 8명을 교환하는 단계별 교환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중병 여성인질 2명과 구금자 2명 교환이란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탈레반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것은 탈레반 구금자 23명의 석방이고 그 명단에는 탈레반 지역 사령관 등 고위급 인사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구금자 석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 탈레반 측도 이 같은 사정을 훤히 파악하고 있는 만큼 직접 협상을 요구한 데는 뭔가 다른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가 접촉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탈레반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이 우리 정부가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구금자 석방 외 모든 안건을 올려 놓을 수 있다는 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연내 철수를 재확인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인질 석방 조건으로 `물질적 대가'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탈레반 구금자들을 사면한 뒤 석방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인질 사태를 놓고 아프간을 비롯한 이슬람권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분위기 등을 감안, 인도적 차원에서 인질 석방을강력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에 반해 여성 인질을 계속 억류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는 이들의 우선 석방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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