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남’ 김 대리, 그는 왜 매일 화장을 하는가?

  • 입력 2007년 8월 3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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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피부미남’으로 알려진 직장인 김정남(31) 씨. 그는 몇 년 전부터 피부 관리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폼 클렌징으로 꼼꼼히 세안을 한 다음, 스킨과 로션을 골고루 바른다. 그 후에 피지 분비를 조절하고 자외선 차단까지 해주는 에센스를 듬뿍 발라준다. 피부가 재생되는 밤 시간에는 하루 내내 지친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보충해 주는 수분 팩을 바르고 잠을 잔다. 휴일이나 시간이 날 때면 수시로 마사지를 해주고 피부에 나쁜 담배와 술은 애초에 끊었다.

김 씨가 피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취업을 준비하면서부터. 면접 시 깔끔하고 보기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시작한 피부 관리가 취업 후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 귀찮지 않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저는 그나마 간단히 하고 있는 겁니다. 피부과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몇 백만 원짜리 스킨케어를 받는 애들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학생 윤경식(26) 씨의 가장 큰 고민은 칙칙한 피부색. TV에서 광고하는 온갖 남성용 화장품에서부터 남들이 효과를 보았다는 인삼, 해초 화장품 등 안 써본 화장품이 없지만 피부는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결국 거금을 들여 피부과 치료를 받기로 했다. 일주일에 2번, 한 달에 40만 원짜리 관리를 받은 그는 “피부가 좋아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생에게 40만원이 큰돈이기는 하지만, 그는 다른 지출을 포기하고 1개월 더 치료를 받을 생각이다.

윤씨는 “요즘 피부 좋은 사람이 너무 많다. TV에 나오는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 남성들도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 피부가 정말 좋다. 거리에 나가면 모두 내 피부만 쳐다보는 것 같아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피부과 치료를 결심하게 됐다.”며 피부 관리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피부 관리를 받은 뒤 사람들을 만날 때 자신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화장하는 남자의 전성시대

매트로 섹슈얼, 위버섹슈얼 등 새로운 남성성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남자들도 자신을 꾸미는 시대, ‘화장하는 남자’의 전성시대다.

로션과 스킨이면 만족하던 남성들이 이제 눈가 주름을 걱정하며 맑고 깨끗한 피부를 갖기 위해 각종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남성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1월 남성 전용 화장품 ‘라네즈 옴므’를 출시한 아모레 퍼시픽의 홍보담당 이윤아 대리는 “클렌징, 마스크 팩 뿐만 아니라 모공관리, 화이트닝, 눈 부위 전용 에센스 등 더욱 세분화된 기능성 남성 화장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일부 남성들은 전문 피부 클리닉을 찾는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S피부클리닉, 철저한 예약제로 관리되는 이곳의 고객들 중 20~30%는 남자다.

S클리닉의 기획 홍보팀 송재영 차장은 “남자가 자신을 잘 가꾸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다 보니, 남성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클리닉의 남성 고객층은 20대에서 40대로 다양하며 서비스도 단순한 제모, 피부 관리에서부터 간단한 성형 시술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PR 시대 아닙니까. 피부가 안 좋으면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과연 일반인들은 화장하는 남자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 명동의 거리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전엔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황유미ㆍ경기 안산), “자기 PR시대, 개인 브랜드 시대다 보니, 괜찮은 것 같아요.”(김기평ㆍ서울 신림동), “다들 하니까 따라서 하는 것 같아요. 피부가 나쁘면 사람들이 싫어하잖아요. 특히 여자들이 너무 싫어하는 것 같아요.”(박대식ㆍ경기 남양주)

이들 이외에도 “자신에 대한 관리가 뛰어난 남자가 좋다. 외모가 깔끔한 남자가 인정받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 시민들도 있었다.

“남성성(性)의 포기?”vs“남자는 그냥 태어난 대로”

이에 반해 화장하는 남성에 대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유는 남성이 화장을 하는 것이 남성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눈썹을 다듬거나 피부 관리는 괜찮은데, 색조화장, 아이라인 그런 건 너무 싫어요.”(이미현ㆍ경기 일산), “여자는 화장을 해도 되는데 남자는 안 어울린다. 남자는 너무 꾸미지 말고 그냥 태어난 대로 사는 게 보기 좋다”(양승호ㆍ경기 의정부), “남성적이지 못한 것 같다. 그냥 있는 그대로 다니는 게 제일 좋다.”(김묵ㆍ서울 화곡동)

화장은 남성성의 우월을 지키는 것

이런 현상에 대해 <화장하는 남자가 시장을 바꾼다>의 저자 전양진 명지대 디자인학과 교수는 “자신의 남성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성성의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남성성의 우월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요즘 시대는 남성적인 힘, 근육 등의 전통적인 남성다움보다는 지식이나 정보, 네트워킹, 커뮤니케이션 등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며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여성스러움을 가진 남자가 경쟁력이 있는 사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이 기사는 이우섭 동아닷컴 인턴사원(jeromi9117@hotmail.com)와 양채린 인턴사원(coflss@hanmail.net)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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