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가족들 "파키스탄 가고 싶다"

  • 입력 2007년 8월 3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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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국제사회에 인질 석방을 호소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을 방문하려다 치안상의 이유로 뜻을 접었던 피랍자 가족들이 차선책으로 `파키스탄행'을 꺼내 들었다.

가족 모임 대표 차성민(30)씨는 3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탕타운에서 기자회견을갖고 "어제 외교부 관계자가 방문했을 때 가족들이 파키스탄에 가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차 씨는 "아프간은 치안문제 때문에, 미국은 방문의 실질적 효과가 없을 것 같아 가지 않기로 했다"며 "그 대신 아프간과 가까운 파키스탄을 방문해 이슬람권과 탈레반에 인질 석방을 호소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파키스탄 방문 문제를 논의키 위해 이날 오후 외교부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파키스탄행이 결정될 경우 바로 출국 절차를 진행해 신속히 떠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논의해 보겠다'며 확답을 주고 있지 않은 상태다.

차씨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일부의 반미 촛불집회 움직임에 대해 "혹시 협상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될까 우려된다"면서도 "그러나 시민단체에 공식적으로 자제를 요청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탈레반이 일부 인질을 데리고 파키스탄 접경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반응은 하지 않겠다"며 언론보도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9시께는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 소속 대표 15명이 가족 모임 사무실을 방문해 가족들을 위로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협의회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단장협 대표중 한사람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신경하 감독회장은 "그동안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속으로 쓰러 안고 하고 싶은 말도 자제해 왔지만 두 명이 희생 당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위로하는 시간 갖기 위해 왔다"고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종파를 초월한 모든 종교와 국제사회가 인류애를 갖고 남은 21명의 무사귀환과 피랍자 가족들을 위해 빌어달라고 기도했으며 일부 가족들은 이들의 위로의 말에 감정이 북받친 듯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피랍자 가족 20여명은 분당서울대병원에 마련된 故 심성민씨의 빈소를 방문, 유족들을 위로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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