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그룹, 피랍자 신상에 직접 영향”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코멘트
■ 통신원이 전하는 현지 상황

한국인 인질들을 납치해 억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의 실체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탈레반 지도자위원회와 각 지역 탈레반 조직의 관계 및 역할, 최근 동향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탈레반 지도부와 연결 채널을 갖고 있는 현지 언론인 아미눌라 칸(가명) 씨가 전하는 탈레반의 동향이다.

▽한국인 인질 억류 중인 탈레반의 지휘 계통=한국인 인질을 직접 통제하는 행동조직은 가즈니 주 15개 무장조직의 하나인 압둘라 잔 그룹이다. 압둘라 그룹은 가즈니 주 탈레반 사령관인 물라 사비르의 지휘를 받고 있다.

가즈니 주 전체에는 900여 명의 탈레반 무장세력이 활동 중이다. 이 중 압둘라 그룹에 속한 무장세력 규모는 당초 20∼25명에 불과했으나 한국인 납치를 전후해 150명 선까지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는 자신이 맡고 있는 지역의 지휘관이던 다로 칸이 6월 미군에 체포된 뒤 그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다로 칸의 휘하에 있었던 셈이지만 친구 관계였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탈레반 무장활동을 총괄 지휘하는 기구는 물라 오마르가 이끄는 탈레반 지도자위원회다. 탈레반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지도자위원회가 2003년에 만들어졌을 때는 멤버가 10명이었지만 최근 33명으로 늘었다. 가즈니 주 사령관인 사비르도 위원회 멤버다.

최근 한국인 피랍 사건에 지도자위원회가 직접 관여하게 됐다. 지도자위원회와 압둘라 그룹을 연결하는 메신저는 역시 지도자위원회 멤버인 하지 하산. 최근 들어 지도자위원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압둘라 그룹은 무장조직이지만 가즈니 지역 종교지도자들과 협력관계를 무시하지 못한다. 압둘라 그룹이 한국인 인질 처리 문제를 놓고 지역 성직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모임을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탈레반의 움직임과 한국인 인질 현황=압둘라와의 전화 연락은 1일 낮 이후로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2일 저녁 물라 사비르 가즈니 주 사령관과 통화가 이뤄졌다. 그는 여성 인질 2명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서 혹시 혼수상태에 빠졌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지만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엔 압둘라와 동급인 가즈니 시 지역 담당 지휘관과 통화할 수 있었다. 그는 한때 가즈니 주 일대에 집결했던 아프간군 병력이 이날 낮 일단 철수해 탈레반으로선 위기감을 덜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비르도 똑같은 소식을 전했다.

어제오늘 사이 눈에 띄는 대목은 탈레반의 강경 움직임이 잦아들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의 접촉 예정 소식이 전해진 것도 이유겠지만 탈레반 지도자위원회 내 일부 온건파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면서 인질 살해를 그만두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이르면 3일 열릴 가즈니 지역 탈레반과 종교지도자 모임이 이번 인질 사건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인질 문제는 아직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낙관하거나 비관하기는 어렵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