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상황 달라져…” 대면협상 시사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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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대책 논의제14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2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ARF에 참석한 26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인질들의 무조건 석방을 촉구했다. 마닐라=연합뉴스
한미 공동대책 논의
제14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2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ARF에 참석한 26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인질들의 무조건 석방을 촉구했다. 마닐라=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을 위한 정부 협상이 동시에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아프간 현지에서는 정부 대책반이 탈레반 측과 교신을 통해 양측의 요구와 의견을 나누며 직접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협상 방식이 사실상 직접 협상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

동시에 대통령 특사인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탈레반을 움직일 수 있는 파키스탄에 지원을 요청했다. 아프간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미국과의 관계도 강화하는 등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다. 아프간 정부에 의존하는 간접 협상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대면 협상까지 할까=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탈레반 측과의 직접 협상 가능성에 대해 “직간접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조에 큰 변화는 없지만 두 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왔고 국제사회에도 이미 유연성을 촉구했다. 우리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직접 접촉이 포함된 직간접 접촉을 하고 있다”는 1일 브리핑 때보다 한 단계 진전된 것.

한덕수 국무총리도 1일 기자들과 만나 ‘납치세력과 직접 협상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니까”라며 사실상 시인했다.

테러집단과의 직접 협상은 국제사회의 원칙과 어긋난다. 하지만 직접 협상을 더는 미룰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피랍 보름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희생자만 2명 발생했다.

탈레반 측은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추가 살해 위협을 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일 연합뉴스와 간접 통화에서 거듭 한국 정부와 직접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직접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추가 희생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데서 기인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그래서 강성주 아프간 주재 대사와 탈레반 측의 교신이 주목된다. 납치세력을 자처하는 인물들이 아프간 대사관으로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고 있으며, 양측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 강 대사는 탈레반 측에 피랍자와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이 한국 정부의 권한 밖임을 강조하며 인질 살해 중단과 협상 시한 연장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탈레반과의 대면 접촉을 통한 협상도 가능한 것일까. 천 대변인은 “접촉면을 넓혀 가겠지만 아직 협상의 키는 아프간 정부가 쥐고 있다”고 했다. 탈레반 측과의 직접 접촉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직접 협상을 말할 단계는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파키스탄을 잡아라=백종천 실장은 아프간에서 파키스탄으로 이동해 이번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면담했다.

파키스탄은 탈레반을 승인한 몇 안 되는 국가이자 탈레반 지도부를 설득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힌다. 파키스탄 정보부는 1990년대 중반 탈레반을 직접 훈련시키고 자금을 지원했으며, 1996년 탈레반 정권 수립에 실질적인 역할을 했고, 탈레반의 내부 정보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송민순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후 마크둠 쿠스로 바크티아르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바크티아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지만 탈레반과 어떠한 접촉라인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대탈레반 관계를 노출하려 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물밑에서 경제원조나 투자 등 실질적 지원을 약속해야 파키스탄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송 장관은 오전에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났다. 송 장관은 탈레반 측이 요구하고 있는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 문제에 대해 미국 측이 좀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미국과의 외교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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