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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치밀한 ‘납치 작전’ 걸려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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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치밀한 ‘납치 작전’ 걸려들어”

입력 2007-08-03 03:01수정 2009-09-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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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자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탈레반 지휘관들과의 접촉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이 납치된 정황과 탈레반의 전략을 자세히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인질 석방 협상이 난항을 겪는 데 대해 이들이 ‘치명적 게임의 졸 신세’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 웹사이트 화면 캡처

■ 탈레반 지휘관들 뉴스위크와 인터뷰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을 납치한 탈레반 무장세력이 철저한 계획 아래 ‘납치작전’을 벌였으며 한국과 아프간 정부 협상단이 ‘가짜 탈레반’에 몸값을 줬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1일(현지 시간) 탈레반 지휘관 여러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피랍 당시의 정황과 이후 탈레반의 인질 협상 전략을 상세히 전했다.

▽“헛다리 짚은 협상, 가짜 탈레반에 몸값 줬을지도”=한 탈레반 고위 지휘관은 한국 대통령 특사와 가즈니 주 국회의원, 몇몇 아프간 정부 협상대표가 납치세력인 양 행세한 ‘가짜 탈레반’과 협상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요구한 이들에게 실제로 돈이 건네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과 아프간 정부 협상단은 상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하지만 탈레반 내부 강온파 사이의 갈등을 감추고 상대를 흠집 내기 위한 주장일 수도 있다.

▽치밀한 계획하에 납치 결행=뉴스위크에 따르면 납치를 지휘한 압둘라 잔 탈레반 지휘관은 상관인 다로 칸이 6월 가즈니 주 카라바그 지역에서 미군에 체포되자 그를 석방시키기 위해 외국인 납치 대상을 물색해 왔다.

지난달 18일에는 다른 탈레반 그룹이 와르다크 지역에서 독일인 2명을 납치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칸 의 석방카드로 활용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납치를 결행하기 위해 카불과 칸다하르를 잇는 도로를 철저히 감시했다. 기회는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지난달 19일 경호도 없이 한국인 23명을 태운 채 지나가던 흰색 버스가 걸려든 것이다.

무장세력은 즉각 오토바이를 버스 옆에 붙이고 AK-47 소총과 유탄발사기를 운전사 머리에 들이댔다. 이들은 무전기와 휴대전화로 잔 부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버스를 인근 마을로 끌고 갔다. ‘압둘라 그룹’을 포함한 무장세력은 인질들을 즉시 5개 그룹으로 나눠 카라바그, 안다르, 다야크 지역으로 분산시켰다.

일본 마이니치신문도 비슷한 정황을 전했다. 이 신문은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해 피랍자들이 가즈니 주의 탈레반이 지배하는 지역의 시장을 30분 정도 산책한 뒤 대형 버스를 타고 떠난 직후 탈레반 병사 25명에게 끌려갔다고 2일 보도했다.

▽“급할 것 없다, 군사작전도 소용없을 것”=한 탈레반 지휘관에 따르면 탈레반 측은 당초 수감자 115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올해 3월 이탈리아 기자 납치 때처럼 ‘인질 1명 대 죄수 5명’의 비율을 적용한 것. 하지만 협상이 여의치 않자 23명으로 줄였고 지금은 8명의 명단을 아프간 정부에 넘긴 상태다.

또 다른 탈레반 지휘관은 “아프간 정부를 당황스럽게 하고 압박하기 위해 현재의 위기를 당분간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당분간 여성들은 해를 보지 않을 것이며 여성들의 운명을 성급히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 누르 탈레반 지휘관은 이미 아프간 정부군의 군사작전이 시작됐지만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헬기의 지원을 받은 아프간 병력이 이번 주 초 오전 1시(현지 시간)에 카라바그와 셀가리 지역의 경계를 공격했지만 인질은 찾지 못한 채 돌아갔다고 말했다.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지휘관들은 모두 “내 말이 최종적인 견해는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물라 오마르가 이끄는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협상에 직접 개입하고 있으며 오마르의 대리인 하지 하산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을 감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인 피랍 사태가 이제 한 지역 탈레반 그룹의 문제가 아니라 탈레반 전체의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탈레반 측이 앞으로 더욱 통일되고 치밀한 전술로 인질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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