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美쇠고기 특수 사라질라” 긴장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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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시내에 있는 대형 할인점의 쇠고기 매장에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할인점 측은 판매 물량이 소진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2일 서울 시내에 있는 대형 할인점의 쇠고기 매장에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할인점 측은 판매 물량이 소진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 검역중단 파장

2일 미국산(産) 수입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중단됨에 따라 지난해 말 이후 빠른 속도로 커진 국내 미국산 쇠고기 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이 확실시된다.

또 쇠고기 수입 개방 폭을 확대하기 위해 진행됐던 한미 간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이 전면 보류돼 연내 미국산 갈비 수입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비준을 원하는 정부로서는 전면 수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 지난해 이후 15건 위반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이후 미국이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해 뼛조각과 통뼈 등을 수출한 것은 이번 건을 포함해 15번이나 된다.

지난해 10∼12월 뼛조각과 다이옥신이 검출돼 4차례 수입 물량이 전량 반송됐으며, 올해 들어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부분 반송하는 방식을 적용한 뒤에는 갈비 통뼈가 7차례, 미국 내수용 쇠고기가 3차례 발견됐다.

정부는 수입조건 위반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수입 금지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대신 해당 물량을 반송 폐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했다.

이번에 내린 검역 중단 조치도 수입 중단에 비해서 강도가 약한 조치다.

수입 중단은 검역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통관을 앞둔 물품을 전량 반송 및 폐기 처분하고 한국 수출 작업장의 선적을 일제히 중단시키는 것이지만 검역 중단은 수입된 미국 쇠고기에 대해 검역 작업만을 중단한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미국 측의 해명과 재발 방지 조치 수준이 미흡하면 지금보다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입 중단까지는 안 갈 듯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이번 검역 중단 조치가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한미 FTA 비준의 전제 조건으로 한국 쇠고기 시장 개방을 내걸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자초하면서까지 수입 중단이란 강경책을 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마이크 조핸스 미국 농무장관은 1일(현지 시간) 이 문제를 시인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禁輸) 조치가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미국 측이 잘못을 인정하기 때문에 대안이 나올 것”이라며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사건이 미국 검역 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어 갈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시점이 상당 기간 미뤄지고 한미 FTA 비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긴장하는 유통업체

지난달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대형 할인점들은 이번 검역 중단으로 모처럼 형성된 ‘쇠고기 특수(特需)’가 사라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마트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파악하고 쇠고기 재고 및 판매 동향을 확인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하지만 이미 매장에 풀린 미국산 쇠고기는 검역 과정을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계속 팔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판매를 계속하기로 했지만 여론의 추이에 따라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마트는 소비자가 영수증과 제품을 가져오면 미국산 쇠고기 값을 환불해 준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의 검역 중단 발표가 나온 뒤에도 해당 할인점에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려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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