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로 재미 본 은행들, ‘자산 키울까 수익 늘릴까’ 고민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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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을 계속 늘릴 것인가, 수익 중시로 전환할 것인가.’

주택담보대출 등을 크게 늘려 몸집 키우기에 성공한 은행들이 최근 들어 순이자 마진(NIM)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자 규모와 수익 사이에서 한쪽을 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금융 환경의 급변으로 은행 자산이 늘면 수익도 따라 늘어나는 비례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있기 때문. 자산이 증가해도 수익이 감소하거나, 자산은 별로 안 늘어도 수익이 늘어나는 자산과 수익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은행권에 나타나고 있다.

고객층이 큰 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들은 각자 처지에 맞춰 서로 다른 전략으로 나서는 양상을 보인다.

○“안정적 수익 포트폴리오 확보가 관건”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이 예금을 늘리면 자산이 늘어나고, 이는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은행 간의 규모 경쟁이 치열해지자 은행들은 지난해 예대 마진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예금을 유치하려 애썼다. 올해에는 증시로 이탈하는 자금을 잡기 위해 특판 예금을 대거 판매해 수익이 정체 기미를 보였다.

최근 발표된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1∼6월) 실적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비 총자산은 7.4% 증가한 반면 당기순이익(LG카드 매각익 등 제외)은 29.2% 감소했다. 우리은행도 자산은 4.8% 늘어났지만 당기순이익은 16% 줄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1일 월례 조회사를 통해 “현재 은행권 수익의 50%는 거품일 수 있고 이는 길어야 2, 3년 이내에 사라지게 된다”며 “금리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저원가성 예금과 안정적 수익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수익만 따지자면 예금을 늘리는 것보다 은행채를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실속 있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은행 규모에 따라 서로 다른 생존전략

자산규모 국내 1위인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자산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고객층이 두꺼운 만큼 별로 수익이 안 남는 예금과 적금보다는 펀드, 방카쉬랑스 상품 등을 팔아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NIM은 지난해 1분기(1∼3월) 3.94%에서 올 2분기(4∼6월) 3.48%로 하락했지만 펀드수수료 수입은 같은 기간 574억 원에서 1032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자산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4.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수익은 9% 늘었다.

반면 고객층 확대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하나은행은 수익을 희생해서라도 자산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정 수준 고객을 확보해야 교차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후발업체일수록 자산 성장을 중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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