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자동차 동호회의 두 얼굴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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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buzz) 마케팅’은 해당 제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들이 ‘벌처럼 윙윙거리며’ 제품을 알리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고가(高價)이면서도 선택의 폭이 다양한 자동차는 버즈 마케팅이 비교적 잘 통하는 소비재입니다. 》

영업사원의 ‘백 마디’보다 가까운 지인(知人)의 ‘한마디’가 차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지요. 아는 사람의 조언 외에 차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또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자동차 동호회’입니다.

이들의 정보력과 영향력은 전문가 뺨칠 만한 수준입니다. 해당 자동차 업체의 직원도 아직 못 본 신차(新車)를 동호회 회원들은 각종 루트를 통해 미리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를 앞두고 동호회 회원들을 품평회나 모터쇼에 초대해 먼저 선을 보입니다. 기아자동차는 올봄에 열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HM’(프로젝트명) 품평회 때 ‘HM클럽’ 동호회 회원을 초청했습니다. HM은 올해 말에나 시판되는데도 벌써 여러 개의 동호회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HM클럽의 회원도 1만2000여 명이나 됩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 동호회의 건의 및 불만사항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동호회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이들은 수시로 동호회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종종 참석합니다.

소비자를 대신해 자동차 업체에 불만사항을 제기하는 동호회가 고맙다는 생각도 듭니다.

때로는 이들의 지적으로 차의 성능과 서비스 수준이 높아지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동호회도 생기기 시작한 건 아쉬운 대목입니다. 일부 동호회는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하도록 은근히 압력을 가하거나, 프로젝트명을 활용한 도메인을 선점한 뒤 비싼 가격에 사도록 강요하거나, 동호회를 지원하지 않으면 해당 차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겠다고 ‘협박’까지 한다고 합니다.

일부 동호회가 정보 공유와 전파라는 ‘초심’을 잃고 자기 이익에 매몰돼 상업화되는 현실에 우려를 보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이 동호회를 처음 시작할 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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