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의 ‘지독한 경선’

  • 입력 2007년 8월 2일 2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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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그제 이명박, 박근혜 두 경선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검찰까지 끌어들이는 이렇게 지독한 경선은 처음 봤다”고 개탄했다. 그는 “상대를 짓밟아 버리는 행태를 보이는 후보들이 과연 통합의 정치를 할 수 있을지 국민은 의심할 것”이라고도 했다. 항간에는 아직도 ‘이회창 정계복귀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우리는 이 전 총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박 두 사람이 경선후보로 등록한 지 50여 일이 지났고, 8월 19일 투표일까지는 보름 남짓 남았다. 두 후보 진영은 경선 막판으로 갈수록 더 모질게 상대측을 찔러 대고 있다. 여유는 커녕 금도(襟度)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별 합동연설회 첫날(7월 22일·제주)부터 볼썽사나운 폭력사태로 당 경선관리위원회가 연설회 일정 자체를 취소하는 사태를 빚더니 어제는 “이 후보 측의 일부 사조직 공조직 책임자들이 돈벼락을 맞았다” “박 후보 측이 금품살포 사건을 자작(自作)하려 하고 있다”며 진흙탕 싸움까지 벌였다.

한나라당은 국회 제1당이고 이, 박 두 후보는 아직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정치인이다. 어느 누구보다 한국정치의 미래에 대한 책임이 무거운 위치에 있다. 그런 두 사람이 국가경영의 ‘리더십 경쟁’은 제쳐 두고 허구한 날을 소모적인 의혹 공방으로 지새서야 마음 붙일 국민이 늘어나겠는가.

이 후보는 최근 검찰의 요청에 따라 DNA 검사를 받았다. ‘이 후보의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이 후보의 친형이 아니다’며 악성루머를 퍼뜨린 지만원 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검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유력 대선주자가 DNA 테스트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기가 막힌다.

이, 박 두 사람 중 한쪽은 경선에서 패할 수밖에 없지만 둘 다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지도자다. 당내에서조차 ‘네가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식으로 막가서는 통합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이제라도 두 후보는 리더십을 보여 경선을 당과 국민의 축제로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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