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그러진 탈레반… 배경에 '주목'

  • 입력 2007년 8월 2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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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일단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는 벗어난 듯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그 배경과 함께 앞으로의 협상 과정이 주목된다.

한국인 21명을 여전히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측이 최종 협상시한으로 설정했던 1일 오후 4시30분(이하 한국시간)이 하루 가까이 지난 2일 오후 4시 현재까지도 인질들의 안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새로운 시한 설정이나 '협상은 끝났으며 인질을 추가 살해하겠다'는 식의 협박도 없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오히려 전날 협상 시한을 넘긴 뒤 AIP와의 전화통화에서 "시한이 지났지만 우리는 교섭을 선호한다.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유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심성민 씨가 희생된 뒤 아마디가 최종 시한을 제시하며 "앞으로 인질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라며 위협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누그러진 분위기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언제라도 다시 강경하게 돌변할 수 있고 고도의 또 다른 협상전략일 가능성도 있지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아프간 상황과 맞물려 탈레반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 배경을 놓고 우선 최근의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움직임과 연계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아프간 당국의 군사작전 가능성에 탈레반 측도 섣불리 극단적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만 해도 아프가니스탄 군당국이 가즈니주의 피랍자 억류 추정 지역에 중무장 장갑차를 배치했다고 NHK가 보도했고 전날에도 주민들에게 군사작전에 대비해 피난할 것을 요청하는 전단이 뿌려졌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오보로 밝혀지긴 했지만 한때 '군사작전에 돌입했다'는 외신들의 보도도 잇따랐었다.

실제 강행 여부를 떠나 조만간 군사작전에 착수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탈레반 측을 압박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뒀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는 달리 탈레반 측도 2명의 인질을 이른바 '기선제압용'으로 살해하기는 했지만 추가로 연쇄 살해를 감행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탈레반이 돈이 목적인 일반적인 납치세력과는 달리 한때 정권을 잡은 경험이 있고 주민들의 지지와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정치세력이라는 점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한편에서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접촉 노력의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고수해왔던 아프간 정부를 통한 간접 접촉 방식에서 탈피, 강성주 주 아프간 대사와 탈레반 측이 수시로 전화통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탈레반 측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해왔던 탈레반 측이 정부의 직접 접촉 노력에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본격적인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군사작전 압박과 강경책 지속에 따른 부담, 정부의 접촉 폭 확대 등 모든 변수가 직·간접적으로 작용해 탈레반의 강경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가능하다.

정부 소식통은 "배경이야 어찌됐든 탈레반 측이 현재로선 시한을 설정하거나 인질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언제든지 국면은 전환될 수 있어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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