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는 자 없는 친노 의원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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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통합 국면에서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딱지가 붙은 의원들이 점점 코너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친노 의원들은 5일 출범하는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신당·가칭)에 자동적으로 합류하는 줄 알았다. 범여권 통합 논의가 ‘대통합’이냐 ‘소통합’이냐의 구도로 전개되면서 ‘특정 세력 배제론’을 주장했던 중도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수세에 몰렸기 때문. 이에 열린우리당은 ‘흡수 합당’ 형식으로 신당에 합류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이질적인 세력과는 함께 못한다”고 버티자 신당 측도 통합민주당 측과의 선(先)협상에 열을 올리면서 점점 친노 의원들을 옥죄는 방향으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은 최근 한 방송에서 “(통합민주당을 신당에 참여시키기 위해) 최악의 경우 ‘친노’ 그룹과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당에 통합민주당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통합 신당’이 아니라 ‘재통합 신당’이라는 결정적인 한계가 친노 의원들의 입지를 불안케 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친노 의원들도 각자 살길을 찾는 모습이다.

우선 대다수 친노 의원은 신당에 합류할 생각이다.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혁규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친노 대선주자들은 모두 통합신당에 참여한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친노와 비노(非盧) 반노(反盧)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대통합 과정에서 친노, 비노 등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유시민 의원도 ‘원샷 대통합’을 하자고 했다.

일부 친노 의원은 아예 열린우리당 당적을 버리고 신당에 발을 들여놓았다. 친노 직계로 분류됐던 서갑원 의원은 “대통합만이 살길”이라며 지난달 탈당했다.

이들은 지지하는 대선주자들도 제각각이다. 서갑원 의원은 이 전 총리, 김형주 의원은 한 전 총리, 조경태 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 캠프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386 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신당 참여에 대해 “당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라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고, 백원우 의원은 “당 대 당 통합을 하면 다 가겠다”고 했다. 이화영 의원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통합민주당을 놔두고 먼저 신당과 열린우리당이 당 대 당으로 합당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신당이 박 대표를 먼저 설득하는 데 주력하면서 점점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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