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작전 실효성 의문… 되레 인질 위험”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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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1일 오후 9시경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에 돌입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확인해 봐야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군 수뇌들도 “한국 정부의 동의 없는 군사작전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인 남성 인질 2명을 살해한 탈레반 납치세력을 응징하고 남은 인질 21명을 구출하려면 ‘최후의 카드’로 군사작전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누리꾼과 언론들은 특전사와 해병대 등 한국군 전투부대를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외교 군사적으로 현실성이 없는 ‘감정적 접근’으로 인질들의 신변에 위협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군의 구출작전 투입 가능성 희박=우선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한국군 전투부대를 파병하려면 국회의 동의는 물론 미국과 아프간 정부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파병 반대운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미국이나 아프간 정부도 외국인 납치사건을 이유로 다른 나라 군대의 구출작전 참여를 수용한 전례가 없다.

설령 모든 동의를 얻더라도 대규모 전투 병력을 아프간에 보내려면 사전에 관련 장비와 물자 이송, 주둔지 건설 등 파병 준비에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인질들이 억류된 가즈니 주의 카라바그와 안다르 지역은 험준한 산악지형인 데다 한국군이 구출작전의 성패를 좌우할 지형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어 단시간 내 인질 구출작전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1980년 이란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당시 미 특수부대가 현지 지형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구출작전에 나섰다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특수부대원들을 수송하던 헬기끼리 충돌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례가 있다.

또 한국군이 언어가 다른 아프간군과 연합작전을 펼치기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미군과 영국군은 2001년 탈레반 소탕작전 때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을 편성하려다 의사소통 문제로 포기한 바 있다.

▽군사작전 어떻게 전개될까=‘최후의 수단’으로 군사작전이 선택되더라도 한국 정부의 승인에 따라 현지 다국적군과 아프간군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군사작전의 첫 단계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운용 중인 글로벌호크와 프레데터 등 10여 대의 첨단 무인정찰기(UAV)와 첩보위성, 현지 정보원들을 총동원해 가즈니 주 지역을 대상으로 인질 억류 장소를 탐색해 내는 것.

작전 준비가 끝나면 미 중앙정보국(CIA)과 특수부대 소속의 비밀요원들의 지휘에 따라 아프간군이 야음을 틈타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사작전 과정에서 납치세력이 인질을 ‘인간방패’로 내세울 수 있어 구출작전은 ‘특급보안’을 유지하면서 동시다발적인 기습타격 양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군사작전 거론할 때 아니다=정부는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은 없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인질 석방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군사작전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인질들의 신변을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1일 국회 정보위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국인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군사작전에 반대하고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에서 군사작전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자 국방부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형기 국방부 홍보관리관은 브리핑에서 “한국군 특수부대를 동원해 인질구출 작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으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조기 석방에 최선을 다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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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日 NHK “아프간 특수부대 200명 도착”▼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1일 오후 아프간 가즈니 주에서는 한국인 인질 구출을 위한 아프간 정부군의 군사작전 개시 여부를 두고 외신들이 엇갈린 보도를 내보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같은 혼선은 아프간 정부군의 심상찮은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AP통신은 이날 아프간 정부군 헬리콥터가 가즈니 주 지역에 ‘군사작전 개시 임박’을 알리는 전단을 살포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국방부 장관 명의의 전단은 현지 주민들에게 “곧 군사작전을 개시할 예정이니 안전을 위해 정부 통제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내용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전단에 군사작전 개시 시기나 장소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카불의 한 소식통은 “국방부 측에 문의한 결과 전단 살포는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지 한국인 납치(구출작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지 경찰도 군사작전의 어떤 징후도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NHK방송은 이날 아프간 정부가 특수부대 요원들을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가즈니 주 현장에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아프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아프간 특수부대원 200여 명이 31일 수도 카불을 떠나 가즈니 주에 도착했다며 이는 인질 구출작전 준비가 본격화된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 의한 납치사건이 기승을 부리자 올해 초 특수부대를 창설했다. 부대 규모는 총 720명. 이 부대는 아프간 미군기지에서 미군 특수부대로부터 인질 구출 전문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며칠 전부터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무니르 만갈 아프간 내무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알자지라 및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탈레반과) 대화가 실패로 끝나면 다른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무력 사용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했다.

아프간에 주둔 중인 다국적군도 인질 구출작전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지휘하는 아프간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대변인 클라우디아 포스 중령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ISAF는 한국인 인질들을 구출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1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포스 ISAF 대변인은 “아직 아프간 정부로부터 인질 구출 요청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탈레반도 만일의 경우 벌어질 군사작전에 긴장하고 있다. 탈레반은 그동안 아프간 정부군과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에 대비해 자살폭탄 요원들을 인질 주변에 배치해 놓고 있다며 군사작전이 개시되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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