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감위원장 “자본주의 시장경제 꼭 지켜야”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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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절대 흔들리면 안 되는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입니다. 이런 당연한 말을 새삼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3일 퇴임하는 윤증현(61·사진)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친화적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금감위원장으로 마지막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본보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제 정부는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꽃피도록 적극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부 경제관료조차 반(反)시장 분위기에 주눅 들어 눈치를 보는 현 정부에서 소신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시장 기능을 중시하는 건 아주 당연합니다.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어쩌다 이렇게 땅에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오랫동안 끌어온 생명보험회사 상장(上場) 문제 처리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고, 청와대에서도 일부 참모가 반대했습니다. 설득과 설명을 통해 임명권자(대통령)가 이해해 줬고 다른 장관들도 동의해 줘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언론의 이해도 큰 도움이 됐지요.”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절대 흔들리면 안 되는 가치입니다. 사회주의가 왜 망했습니까. 중국, 베트남, 러시아가 앞 다퉈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 봐야 합니다. 사회주의를 택했다가 경제가 뒤처진 나라에 가보면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가슴 절절히 느끼게 됩니다.”

윤 위원장은 “당연한 말이 새롭게 들리는 현실, 그게 바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범죄는 가난입니다. 온갖 사회 범죄의 원인이 되고, 개인과 국가의 존엄성을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는데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까요.

“금산분리 정신을 유지하되 강도와 폭이 적절치 않으니 현실에 맞게 고치자는 것입니다. 이러다가 외국계 투자은행에 한국 금융업을 다 내주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기업 인수합병(M&A) 방어 장치 마련에 대한 생각은….

“M&A 정책도 순기능이 활성화되도록 보완이 필요합니다. 기업하는 사람이 (경영권 걱정 없이) 경영에 전념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책임입니다. 무조건 논의 자체에 반대하는 건 경제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지요.”

―기업의 투자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상장 기업의 유보자금이 매우 많습니다. 투자처를 못 찾아 자사주 매입에 쓴 자금이 수십조 원입니다. 투자의 물꼬를 트는 전략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급 병원이나 국제학교를 지으면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진다고 걱정하는데,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체제가 어떻게 됐습니까.”

―역대 금감위원장 가운데 처음으로 3년 임기를 채웠는데요.

“개방과 경쟁만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일했습니다. 모든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치려 했고, 문제가 생기면 경제 논리로 풀려고 했습니다. 적어도 금융 분야에는 정치 논리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윤 위원장은 인촌 김성수 선생을 높이 평가한다는 말도 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를 팔아 일제 치하에서 기업과 학교를 일으키고 언론을 창달한 ‘인촌 정신’은 지금 이 시대에도 본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는 퇴임 후 거취에 대해 “자유를 만끽할 것”이라며 “정치에는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다시 공직을 맡아 달라는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며 “이제 유능한 후배들을 뒷받침할 때”라고 잘라 말했다.

대담=박원재 경제부 차장parkwj@donga.com

정리=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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