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손에 넣은 미디어 황제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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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업계의 황제’로 통하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이 드디어 월스트리트저널을 손에 넣었다.

머독 회장은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을 발행하는 다우존스의 대주주 밴크로프트 가문과 밤샘 협상을 벌여 뉴스코프가 다우존스를 50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에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머독 회장이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인수 계획이 공개되기 전 다우존스 주가에 65%의 프리미엄을 붙인 파격적인 인수가격(주당 60달러)을 제시했지만 그가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하면 편집권 독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

이 때문에 뉴스코프와 다우존스는 별도 협상을 통해 편집권 독립조항을 마련했다. 그런데도 다우존스 의결권의 64%를 갖고 있는 밴크로프트 가문은 머독 회장의 인수 제안 수용 여부를 놓고 마지막까지 격론을 벌였다.

그러나 뉴스코프가 막판에 3000만 달러에 이르는 밴크로프트 가문의 법률자문료 부담을 제안하면서 밴크로프트 가문이 보유한 의결권의 절반 이상인 37%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머독 회장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의결권의 29%를 보유한 일반 주주들은 뉴스코프 인수 제안에 호의적이어서 머독 회장이 다우존스를 인수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코프는 10월 새로운 경제뉴스 케이블채널인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의 콘텐츠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머독 회장은 또 월스트리트저널에 추가 투자를 하는 한편 의제설정 기능과 국제 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되면 뉴욕타임스나 경제뉴스 케이블채널 CNBC,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31년 호주에서 태어난 머독 회장은 선대로부터 상속받은 선데이메일 등 2개의 신문사를 토대로 뉴스코프를 설립한 뒤 공격적인 인수로 사업을 확대해 미디어업계의 거물로 꼽혀 왔다. 미국에서도 폭스TV, 폭스뉴스 등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미 탄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선정적인 보도와 사업 이해 관철을 위해 때론 편집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밴크로프트 가문이 매각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상당수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이 그에게 거부감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적인 수완이 탁월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월스트리트저널 경영에 본격 나서면 월스트리트저널로서는 새로운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미디어업계의 황제’라는 별칭에도 불구하고 타블로이드 신문 경영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명품 브랜드’인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의 미디어 왕국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뉴스코프 매출은 253억 달러, 다우존스는 17억8000만 달러였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다우존스::

▽회사=월스트리트저널, 다우존스뉴스와이어, 마켓워치닷컴, 스마트머니

▽매출액=17억8000만 달러(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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