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피살-北미사일보다 더 심각”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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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정보위 긴급 회의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관련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회의를 마친 뒤 음식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장, 정보위 긴급 회의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관련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회의를 마친 뒤 음식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의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는 지난달 31일 심성민 씨가 두 번째로 희생되자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1시 40분경 외신을 통해 심 씨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확인 중”이라고만 밝힌 뒤 12시간이 넘은 오후 2시경에야 심 씨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공개 브리핑으로 진행된 사망 사실 발표 이후 조희용 외교부 대변인은 단 하나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돌아섰다.

이후 외교부는 1일 저녁 늦게까지 단 한 차례도 공식 또는 비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1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송민순 외교부 장관의 정례브리핑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지난달 19일 피랍사태 발생 이후 매일 2, 3차례 배경 설명 형식으로 현지 상황을 브리핑 하던 태도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

청와대가 심 씨 사망 확인 이후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1일 “협상시한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탈레반과의 직접 접촉 사실까지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교부가 두 번째 인질의 희생 이후 정부의 대응 미흡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언론과 잦은 접촉을 하는 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 대응을 전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번 인질사태를 2004년 김선일 씨 피살사건이나 지난해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때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피랍사태는 아프간 및 미국 정부 등과의 다각적 외교가 필요하고, 국민의 동요가 적지 않으며, 국가 위상과도 직결돼 있어 남북관계 및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 대포동 2호를 포함한 북한 미사일 발사 때보다 상황이 복잡다기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통령특사가 활동 중이어서 청와대가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며 “사태의 진전이 있어 언론과 공유할 내용이 있으면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송 장관은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하기 위해 1일 오후 출국했다.

송 장관은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구해야 할 나라들의 외교장관은 모두 만날 것”이라며 “직접 협력을 위한 행동을 할 나라뿐만 아니라 환경 조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도 다 포함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유연한 대응’을 요청하는 한편 탈레반 측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적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국무장관에게도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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