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해진 탈레반 알카에다 길 걷나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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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정부 협상단에 참여한 부족 원로들에게 건 기대는 컸다. 탈레반이 원로들을 우대하는 아프간의 전통과 민심을 따르리라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일 탈레반이 지역 기반과 이슬람 전통을 버리고 과격한 전략을 앞세운 알 카에다 산하 지부처럼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탈레반이 원로들의 중재를 무시하고 인질 2명을 살해한 것은 이런 변화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아프간의 탈레반은 각 부족의 전통적 가치와 종교적 근본주의를 중시했다. 그러나 이슬람의 여러 종파가 무장 투쟁에 참여하면서 탈레반이 본래 성향을 버리고 반미와 테러 등 강경 노선을 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최근 18개월 동안 납치나 자살폭탄 공격 등 훨씬 공격적인 전술을 알 카에다로부터 전수받기도 했다.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서는 이제 원로들도 탈레반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번 인질 석방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탈레반 강경파가 직접 인질 관리에 나서면서 원로들의 입지가 좁아진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당초 한국인을 납치한 집단은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지역 탈레반’이었지만 이제는 강경파가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협상을 계기로 아프간 주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아프간 정부 대표로 협상에 참여한 탈레반 출신의 압둘 살람 라케티 씨는 “탈레반이 원로들을 무시한 만큼 앞으로 주민들이 그들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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