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송평인]파리는 자전거와 열애중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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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처음 등장한 곳은 1818년 프랑스 파리다. 자전거의 발상지답게 자전거 경주의 명품 ‘투르 드 프랑스’는 프랑스의 것이다.

지난달 29일 ‘투르 드 프랑스’의 결승선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파리 샹젤리제에 마련됐다. 수많은 관중이 샹젤리제 거리 연도에 모였다. 수십 대의 은륜이 한 무더기로 쏜살처럼 눈앞을 지나가는 장면은 순식간이지만 장관이었다. 이 한 장면, 그 속도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관중은 몇시간 전부터 나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자전거 사랑이 각별한 파리에선 지난달 15일부터 무료 무인 자전거 대여가 실시돼 자전거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누구나 집 근처 무인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목적지 근처 무인 대여소에 반납하면 그만이다. 시 전역에 대여소가 조밀하게 분포돼 있다는 점, 제자리로 돌아와 반납할 필요가 없다는 점, 처음 30분은 무료고 30분이 추가돼도 단 1유로라는 점이 이 시스템의 매력이다.

파리에 와 보면 누구나 느끼는 사실이지만 파리는 생각보다 좁다. 센강과 파리 환상도로(페리페리크)가 교차되는 서쪽 끝에서 출발해 동쪽 끝까지 가는 데 자전거로 2시간이면 가능하다.

우선 센강 서쪽 끝에서 좌안을 따라 에펠탑이 보이는 비르아켕 다리까지 간다. 다리를 건너 이번엔 우안을 따라 콩코르드 광장까지는 신나는 자전거 전용도로로 달린다. 거기서 콩코르드 다리를 통해 다시 좌안으로 건너온 다음 생제르맹 거리를 따라 쭉 가면 어느새 소르본 근처다. 계속 가다 생루이 섬 오른쪽 끝 쉴리 다리 앞에서 우회전해서 센강을 따라가면 동쪽 끝에 이른다.

파리에서의 자전거 타기는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상당히 다르다.

서울에서 출근길에 목동 쪽에서 여의나루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몇번 있다. 도로를 이용한 것은 아니고 안양천을 따라가다 한강변을 끼고 달렸다. 여의나루역까지만 가고 세종로까지는 지하철로 갈아타고 출근했다. 한번은 세종로까지 자전거로 가 본 적이 있는데 한강변부터가 위험천만해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자전거는 1968년 빈도로교통협약에 따라 자동차와 동류(同類)로 취급된다. 자전거는 원칙적으로 도로로 다녀야 한다. 8세 이하의 아이들만 자전거를 인도에서 탈 수 있다. 어른들도 얌체처럼 인도로 다니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규칙을 잘 지킨다.

파리에는 자전거 도로가 버스나 택시와 같이 사용하는 노선이 많다. 1, 2차로가 전부인 곳에서는 그냥 일반 도로를 이용한다. 자동차와 뒤섞여 언뜻 보기에는 복잡할 것 같은데 실제로 달려 보면 안전하다. 찻길로 다니니까 속도도 나고, 찻길 신호만 잘 지키면 옆길에서 튀어나오는 차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는 느낌까지 준다.

무엇보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 타는 사람을 충분히 고려해 주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의 머릿속에는 도로는 자동차만의 것이 아니라 자전거의 것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한국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가 도로에 들어와 있는 걸 좋게 보지 않는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려고 해도 도심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 대도시에서 자전거는 레저용으로만 이용되지 등하교나 출퇴근용으로 많이 이용되지 못한다. 자전거가 도로로 달려도 편안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자전거의 이용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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