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누가 중국에 투자하겠나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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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누가 중국에 마음 놓고 투자하겠습니까?” 백두산 기슭에서 호텔을 운영해 온 한국인 투자자의 하소연이다.

중국 지린(吉林) 성 산하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명) 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이 투자자가 운영해 온 호텔을 강제 철거했다. 투자자의 이의 신청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전격적인 철거였다.

백두산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한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9월 돌연 관리위로부터 “올해 안으로 호텔을 철거하겠다”는 통고를 받았다. 백두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한다는 명목이었다.

길게는 2038년까지 호텔 운영을 보장받은 이들에겐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외국의 관광지에서도 환경기준에 적합한 숙박시설은 철거하지 않고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으나 관리위는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올해 들어 사정은 달라지는 듯했다. 백두산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할 중국의 신청 후보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관리위가 이번엔 ‘자연보호와 수원지 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철거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반대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철거방침 자체가 아니다. 백두산을 종합 개발하기 위해 기존 호텔을 철거해야 한다면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합당한 보상을 한 뒤 해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철거 추진 과정에서 관리위가 보인 일련의 행동에 분노하고 있다.

관리위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철거를 거부하자 관광객들이 이들의 호텔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산 아래 100여 m 떨어진 곳에 버스를 세우고 있다. 다시 버스를 탈 때도 100여 m를 걸어야 한다. 수시로 음식 재료와 생활용품을 사러 밖에 나가야 하지만 관리위는 매표소 입구를 막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호텔 차량의 출입을 금지했다. 보복성 세무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호텔 철거를 강행하면서도 관리위는 정작 지난해 매표소 안에 대형 식당을 지어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대상 지역이다. 연간 유치 투자액만 600억 달러(약 55조 원)를 넘는다. 그러나 백두산에서 보여 준 치졸한 행동은 중국이 과연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나라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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