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기업들 ‘세상 밖으로’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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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아웃도어 용품은?’

롯데백화점이 최근 조사한 결과 쟁쟁한 등산용품 브랜드를 제치고 ‘고어텍스 재킷’이 1위를 차지했다.

‘고어텍스’는 미국 소재업체인 ‘고어’에서 개발한 기능성 소재. 의류 소재가 재킷 브랜드처럼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고어는 고어텍스 소재를 의류업체에 공급할 때 ‘고어텍스 로고를 반드시 옷 겉면에 붙여야 한다’는 계약을 한다. 완제품도 아닌 소재가 최종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비결이다.

기업 간 거래(B2B)에 주력하고 있는 부품 소재 기업들이 최종 소비자에게 자사(自社) 상품을 알리는 ‘인사이드 아웃’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 마케팅의 시초는 미국의 컴퓨터 부품업체 인텔. 이 회사는 1990년대 초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자 자사 칩이 들어간 컴퓨터에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라는 스티커를 붙이게 하고, 이를 광고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경쟁사를 따돌렸다.

인비스타의 기능성 섬유 ‘라이크라’도 ‘인사이드 아웃’ 마케팅을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국내 부품소재 기업들도 적극적인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효성이 지난해 선보인 기능성 섬유 ‘아스킨’, ㈜코오롱의 기능성 섬유 ‘쿨론’과 ‘ATB100’ 등이 대표적이다.

이 원단을 사용한 의류 브랜드는 가격표와 함께 섬유의 특징과 로고를 표시한 ‘종이 태그’를 함께 붙여 판매하고 있다.

효성은 또 2005년부터 기능성 섬유 ‘에어로쿨’을 알리기 위해 비보이 공연팀을 후원하고 있다.

기능성 섬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효성 제품인 아스킨과 에어로쿨의 최근 월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각각 60%, 15%가량 증가했다.

LG필립스LCD도 직접 개발한 ‘광시각향상기술(IPS)’을 홍보하기 위해 이 기술을 적용한 LG전자의 LCD TV에 ‘IPS’ 로고를 넣고 있다.

삼성SDI는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AMOLED)’를 사용한 휴대전화에 ‘AMOLED’ 로고를 노출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B2B 기업들은 인지도가 높은 특정 부품이나 소재가 쓰인 완제품의 경우 소비자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품의 원료나 부품에 관심을 갖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아웃’ 전략을 통해 중국산 등 저가 부품 소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롯데백화점 이보현 레저담당 상품기획자(MD)는 “고어텍스로 만든 등산재킷은 한 장에 30만∼40만 원대로 방풍 방수 등 엇비슷한 기능의 원단으로 만든 재킷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며 “상품을 구매할 때 ‘고어텍스’ 로고를 확인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상준 연구원은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B2B 기업의 브랜드는 완제품 업체와 거래할 때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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