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민선4기 출범 1년… 지자체 정책 오락가락

  • 입력 2007년 8월 1일 0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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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오후 2시 경기 구리시 토평지구. 아파트 단지를 낀 8차로에 ‘장자대로’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1997년 처음 도로가 깔렸을 때 이 도로의 이름은 ‘장자못길’이었다. 이어 2001년 ‘광개토대로’로 바뀌었다가 2002년 말 ‘장자’ 부분만 살아난 장자대로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광개토대로로 이름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도로의 이름은 민선 시장과 ‘운명’을 같이했다. 민선 1기 이무성 시장이 장자못길을 만들었는데, 2기 박영순 시장은 ‘고구려 도시’라는 점을 강조해 광개토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3기 시장에 복귀한 이 시장은 장자라는 말을 되살렸고, 박 시장은 4기 시장에 당선돼 다시 광개토라는 이름을 부활시킬 계획이다.》

민선 4기 지방자치단체장 체제가 출범한 지 1년 남짓.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오락가락 행정’은 민선 4기에서도 여러 지자체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자체장이 바뀜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정책은 예산 낭비와 주민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전임 단체장의 정책은 싫어?

장자대로의 이름 변경과 관련해 구리시의 한 관계자는 “두 시장이 선거에서 계속 맞붙으며 번갈아 시장을 맡은 탓에 상대방 정책에 대한 견제 의식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전국의 지자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염홍철 민선 3기(2002∼2006년) 대전시장이 도입해 대전형 복지모델로 추진됐던 ‘복지만두레’ 사업도 단체장이 바뀌면서 뒤집혔다.

이 사업의 핵심은 동(洞)별로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을 지역 내 회사나 개인과 맺어 주는 것. 당시 반응이 좋아 일본의 지자체 등이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장이 바뀐 뒤 관련 부서는 소리 없이 사라졌고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 의욕 앞서 무리하게 추진도

이전 지자체장의 정책을 중단했거나 폐기했다고 무조건 비판만 할 수는 없다. 기존 정책이 지나치게 의욕만 앞세워 부실하게 추진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남 곡성군 조형래 군수는 최근 지자체장이 추진했던 ‘노인도시’ 조성 사업을 백지화했다.

당초 이 사업은 500억 원을 들여 보성강 일대 약 24만 ㎡에 60세 이상 은퇴자를 위한 노인전문 종합복지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2005년부터 추진됐지만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민간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사업비 충당이 어려워졌다. 결국 연구용역비 등 5억1500만 원의 예산만 날린 채 중단됐다.

울산 국제여객선터미널 설치, 강원 인제군 대통령테마공원 조성 등도 예산만 낭비한 채 폐기된 정책으로 꼽힌다.

○ 지역 주민의 견제가 해결책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청주시 강서동 반송교까지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은 청주의 관문이자 명물로 꼽힌다.

이 길이 확장공사 문제로 8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민선 2기부터 4기까지 시장이 바뀔 때마다 확장 계획이 수정됐기 때문이다.

가로수 계획은 8차로→착공→6차로→공사 중단 등을 거치며 연구 용역비만 6억 원이 들었다. 민선 4기 출범 후 공사가 중단되자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봉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체장의 조급증, 각 정당의 정책 개발 소홀, 인물 중심의 선거 등이 맞물려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면서 “지방의회와 주민들이 정책의 실현 가능성 등을 꼼꼼히 판단해 무리한 정책의 추진과 잦은 변경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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