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캠프 라이벌들의 ‘물고 물리는 인생유전’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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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로급 인사들의 ‘물고 물리는 인생 유전’을 보면 이 말이 맞는 듯하다.

이 전 시장 캠프에는 이상득 국회 부의장, 박희태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 캠프에는 서청원 최병렬 고문,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캠프를 이끌며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양 캠프로 갈라지기 전에 이들은 한나라당의 전직 지도부로서 동지애를 나누기도 했다. 또 지금은 같은 캠프에 있지만 과거에는 갈등 관계였던 인연도 있다.

▽별들의 전쟁=7명의 국회의원 선수를 모두 합치면 ‘32선’. 이상득 부의장과 박희태 김덕룡 선대위원장이 5선이고, 서청원 고문과 홍사덕 선대위원장도 5선 출신이다. 최병렬 고문은 4선 의원을 지냈으며 이재오 최고위원은 3선이다.

이상득 현 부의장을 비롯해 박희태 홍사덕 선대위원장도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서청원 최병렬 고문은 당 대표를 지냈고 김덕룡 선대위원장과 이재오 최고위원은 원내대표를 지냈다.

▽실타래처럼 얽힌 인연=최근 이 전 시장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김덕룡 의원은 지난해 4월 지방선거 때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가 있다며 한나라당이 검찰에 고발하는 바람에 정치적 코너에 몰렸다.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의 부인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원내대표는 이 최고위원. 검찰 고발을 둘러싸고 아직까지 서로에 대한 ‘오해’가 남아 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최병렬 고문은 서청원 고문의 조선일보 선배지만 국회의원 배지는 서 고문이 먼저 달았다. 두 사람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라 늘 경쟁 관계에 있었다.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첫 당대표 경선에서 두 사람은 반 년 가까이 접전을 벌이다 최 고문이 대표로 선출됐고, 아직까지 ‘앙금’이 남아 있다고 한다.

캠프는 다르지만 ‘40년 지기’도 있다. 김덕룡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1964년 서울대 문리대 동기생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홍 위원장을 한나라당으로 영입한 사람도 김 위원장이다.

▽캠프 영입 과정에서의 인연들=이 전 시장 캠프의 박희태 위원장 영입에는 이상득 부의장이 큰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표와 가까웠던 박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이 당에 남아 있는 현직 원로라는 공통점 때문. 13대 국회에서부터 지금까지 함께 의정활동을 해 오고 있어 교감이 가능한 사이다.

대선주자와의 각별한 인연으로 캠프에 합류한 경우도 있다.

김덕룡 위원장은 이 전 시장과 같은 6·3세대로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다. 영입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은 김 위원장과 부부 동반으로 만나는 등 공을 들였다는 후문. 김 위원장이 이재오 최고위원과의 불편한 관계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도 이 전 시장과의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고문은 박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하면서 “박 전 대표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서 고문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을 때 박 전 대표가 서 고문의 집을 방문해 부인을 위로했다고 한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이 전 시장에게서도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박 전 대표의 ‘진심이 담긴 설득’에 감동해 박 전 대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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