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방 협상력엔 문제 없나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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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질 중 두 번째 희생자가 나오면서 정부가 탈레반 무장 세력과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벌인다는 석방 교섭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명제라고 했던 ‘무고한 인명’이 31일 새벽 추가로 피살됐지만 정부는 당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가 모르고 있는 사이 인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공언(公言)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정보는 제대로 갖고 있나=심성민 씨의 피살은 아프간 가즈니 주지사가 지난달 30일 “협상시한이 이틀 더 연장됐다”고 발언한 직후 이뤄졌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반과 8시 반 등 협상시한이 두 차례나 정해지는 초긴장 상황 속에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던 끝에 나온 일종의 ‘낭보’로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탈레반에 대한 정보 부재를 고스란히 노출한 셈이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청사를 벗어나는 모습이 목격됐고 청와대 관계자도 상당수 퇴근했다.

▽판단은 제대로 하나=아프간 당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테러조직과 직접 협상할 수 없다는 명분과 동맹국인 미국이 벌이고 있는 대테러 전쟁에 대한 공동보조를 무시할 수 없는 탓에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중간에 내세우는 간접협상을 고집해 왔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실제로 탈레반 측은 25일 배형규 목사 살해 직전 “협상 실패”를 선언했지만 “탈레반이 인질 8명 석방을 약속했다”는 아프간 정부 측의 말을 믿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탈레반 측은 “아프간 정부가 협상에 미온적”이라며 인질의 추가 살해를 위협했지만, 정부는 “(아프간 정부를 통해) 무장단체 측과 직·간접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으며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부 대책 바뀌나=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의 특사 외교가 사실상 실패로 끝남에 따라 향후 정부의 협상전략 변화 여부도 관심사다. 청와대는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또다시 인명을 해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날 처음으로 납치단체의 요구가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을 맞교환하는 것임을 공개했으며 아프간 당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대해 이번 피랍 사태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 달라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국제사회’라고 명기했지만 사실상 미국의 협조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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