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중… 논의중…” 정부 속수무책

당혹… 긴박…
탈레반에 납치된 심성민 씨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31일 오전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인질 가운데 심성민 씨를 추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31일 정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충격에 휩싸였다.

대통령 특사로 파견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29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 ‘유연한 대처’를 강조한 직후 심 씨가 피살되자 정부 관계자들의 실망이 더욱 컸다.

외교통상부는 첫 외신 보도 후 12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2시 15분경 심 씨가 피살됐다고 공식 확인하고 탈레반을 규탄했다. 청와대는 오후 2시 반 “한국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하면서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는 만행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질 추가 살해 위협이 나오는데도 정부가 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한 현실에 대한 낭패감도 묻어났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로서는 한계가 있다” “아프간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 “아프간 정부의 유연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기대한다” 등의 표현을 쓰며 아프간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외교부는 “심 씨의 피살 확인 이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더 확인한 뒤 나중에 밝히겠다”며 말을 아끼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정부는 31일 오전 1시 40분경 외신을 통해 심 씨의 피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부 당국자는 “확인 중”이라고 짧게 언급한 채 아프간 현지에 파견된 백 특사 및 대책본부와 긴급 연락을 했다.

외교부는 오전 3시부터 수차례 긴급회의를 여는 한편 여러 외교 채널을 동원해 사실 확인에 나선 결과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오전 7시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오전 8시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청와대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회의 직후 “(심 씨) 살해 주장을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국방부 비상대책반도 하루 종일 현지 동맹군 등 군사채널을 총동원해 한국인 인질의 추가 살해 소식을 확인하는 한편 향후 사태의 파장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국방부는 이날 아프간에서 활동 중인 현지 군사협조단에 한국인 인질들의 상태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첩보를 수집해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긴급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프간 현지의 국제안보지원군(ISAF)과 미국의 연합합동군사령부(CJTF-82)에 파견된 한국군 관계자들에게도 납치단체 동향과 억류된 한국인들의 신변 관련 정보 수집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는 특히 인질의 추가 살해로 아프간 정부 일각에서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