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 인질 2명 病死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고개도 못든 채…아랍 위성채널 알자지라 방송이 31일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1분짜리 동영상을 입수해 방영했다. 왼쪽부터 이정란 한지영 임현주 유정화 안혜진 씨. 오랜 억류생활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두려움에 떨며 긴장된 표정으로 카메라를 피해 아래를 보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 화면 캡처
고개도 못든 채…
아랍 위성채널 알자지라 방송이 31일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1분짜리 동영상을 입수해 방영했다. 왼쪽부터 이정란 한지영 임현주 유정화 안혜진 씨. 오랜 억류생활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두려움에 떨며 긴장된 표정으로 카메라를 피해 아래를 보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 화면 캡처
오늘 오후 4시반 새 시한 제시… “협상 안되면 21명 차례로 살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31일 한국인 여성 인질 중 2명이 건강이 악화돼 병사(病死)할 가능성이 있다고 위협하며 탈레반 수감자와의 인질 교환을 요구했다.

탈레반 측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현지 통신사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에 “여성 인질 2명의 건강이 나빠져 병으로 죽을 수 있다”며 “탈레반 죄수 2명을 석방하면 이들 여성을 풀어주겠다. 이 여성들에게 전달할 약은 필요 없다”고 밝혔다.

아마디는 또 “한국과 아프간 정부가 이들 여성의 석방을 위해 현실적인 조치를 취하고 우리 요구를 반드시 수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사 가능성이 있는 여성 인질 2명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탈레반 측의 여성 인질 병사 가능성 언급이 8명의 인질과 같은 수의 탈레반 죄수 맞교환을 주장해온 종전의 요구조건을 변경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이에 앞서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 심성민(29) 씨를 추가로 살해한 데 이어 1일 오후 4시 반을 새로운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탈레반 측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남은 인질 21명을 차례로 살해할 것이며 살해 주기(週期)도 빨라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아마디는 피랍 사태 13일째인 31일 AP, AFP통신 등 외신을 통해 “남은 인질 21명의 마지막 시한(last deadline)은 내일 낮 12시(한국 시간 1일 오후 4시 반)”라고 밝혔다.

아마디는 연합뉴스와의 간접 통화에서 “남성 인질부터 차례로 죽인 뒤 여성 인질도 죽일 것”이라며 “매일 밤 인질들을 이동시키는 것이 어렵고 위험해 앞으로 인질 살해 주기도 점점 짧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대변인 후마윤 하미드자다 씨는 “탈레반 죄수 석방은 인질 납치를 산업(industry)으로 만들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탈레반은 이날 오전 1시(한국 시간) 인질 중 두 번째로 심 씨를 살해했다. 지난달 25일 배형규(42) 목사가 살해된 지 엿새 만이다.

심 씨의 시신은 아프간 가즈니 주 안다르 지역의 한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심 씨는 흰색 바지와 파란색 줄무늬 셔츠, 슬리퍼 차림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현장을 목격한 AFP통신 기자는 심 씨가 머리와 몸에 4, 5발의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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