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알라가 두렵지 않은가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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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의 젊은 목숨이 다시 시신(屍身)으로 돌아왔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여러 차례 협상 시한을 제시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어제 심성민 씨를 살해한 다음 내다 버렸다. 바로 전날 일본 NHK방송을 통해 그의 육성(肉聲)을 들려준 뒤 무참하게 살해한 것이다. 시각장애인인 고모를 도우며 고등학교 때부터 장애인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청년이다. 집안의 10대 종손이라고 한다.

탈레반은 함께 납치한 이정란, 한지영, 임현주, 유정화, 안혜진 씨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슬람 전통 의상인 히잡을 착용하고 있는 이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탈레반은 다시 오늘 오후 4시 반을 협상 시한으로 정한다고 통보하면서 “협상이 안 되면 남성 인질부터 순차적으로 살해하고, 그 다음엔 여성도 살해할 것이며,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라고 했다.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이다. 그들은 그러고도 하루 다섯 번 이슬람의 성지(聖地)를 향해 기도할 것이다. 정녕 알라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탈레반은 수니파다. 수니파 무슬림의 최고 종교기관이자 교육기관인 이집트 알 아즈하르의 셰이흐(종교지도자)는 “평화를 실천하는 사람은 비록 다른 종교를 가졌더라도 무슬림과 같이 대하라고 코란은 가르치고 있다”며 “아프간 형제들을 도우러 간 한국인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슬람의 창시자이자 선지자인 마호메트는 어떠한 경우에도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를 죽이는 것을 금했다. 셰이흐도 “전쟁하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 또 여성은 성전(聖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만에 하나 무고한 이들을 해치면 최후의 심판일에 큰 죄를 안고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탈레반은 바로 그 알라와 마호메트의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살아 있는 21명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과 온 국민에겐 하루하루가 생지옥이다. 피랍자 가족들은 어제 성명을 내고 탈레반, 아프간 정부, 미국과 국제사회에 “제발 남은 21명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눈물 어린 호소가 헛되지 않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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