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양균 실장, 정치적 발언 말고 本業이나 잘하라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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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정책실장은 ‘제 앞가림’ 하는 본업만으로도 할일이 태산 같은 자리다. 얽히고설킨 당면 정책 현안들을 풀어 나가자면 한길로만 매진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변양균 정책실장은 사흘 전 세미나 강연에서 조석래 전경련 회장의 ‘경제 대통령론’을 비판하고, 그것으로도 성에 안 찼던지 청와대 홈페이지에 전문(全文)을 실었다.

조 회장은 일주일 전 “차기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 실장은 “조 회장이 말하는 경제 대통령은 아마도 부자(富者) 대통령을 말하는 모양인데 부동산 투기든 무엇이든 해서 무조건 부자가 되는 것이 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 회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척 하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저열한 수법일 뿐더러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혐의가 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몇 차례 경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을 은근슬쩍 거들면서 점수나 따 두자는 생각인지 몰라도 명색이 장관급 고위 관료가 어찌 이렇게 타락할 수가 있나.

국민이 경제 대통령을 갈구(渴求)하는 현상은 이 정부의 낮은 경제 성적표, 그리고 민생 악화와 관련이 깊다. 이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자성(自省)을 하지는 못할망정 ‘경제 대통령론’을 부자 대통령 운운하며 조롱하는 것은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 경선후보 검증 공방과 관련해 “무균(無菌) 후보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조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치적 처지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발언도 대통령정책실장이 끼어들어 야당 경선후보를 흠집 내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변 실장은 “경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기업과 개인이 돈을 벌어 세금을 내지 않으면 정부가 어디서 돈을 구해 민생을 챙길 것인가. 그는 또 “전경련이 강자독식(强者獨食) 논리만 주장해서는 존재할 가치도 없고,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저해한다”고 위협하고 훈계하듯 말했다. 청와대의 위아래가 다 ‘내 탓’은 모르고 ‘남 탓’ 하기에 바쁜 것은 아무래도 집단 불치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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