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납치 ‘금품 요구’ 전세계 위협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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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 이득에 몰두하는 마피아 집단이든, 폭력과 파괴를 일삼는 광신도 집단이든, 정치적 목적을 내세운 무장 세력이든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하는 범죄 행위는 이제 ‘납치 사업(business)’ 차원을 넘어 ‘납치 산업(kidnapping industry)’ 규모로 커가고 있다.

최근 외신들도 “납치범들의 인질 장사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무조건 잡아들이는 게 이익”=영국 싱크탱크 포린폴리시센터의 2000년 보고서에 따르면 납치극은 세계적으로 매년 1만 건 이상 벌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네지는 몸값도 연간 5억 달러에 이른다.

해마다 3000여 건의 납치가 이뤄지는 콜롬비아와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에서는 인질극이 거의 일상화돼 있다. 나이지리아는 최근 세 살짜리 영국인 소녀 납치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주로 몸값을 노린 ‘경제적 납치’였다.

반면 9·11테러와 이라크전쟁 이후에는 중동지역에서 납치 사례가 급증했다.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나 이데올로기 문제, 정권 퇴진과 특정 국가의 주둔군 철수 등을 요구하는 정치적 목적의 납치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특정 종교에 반하는 철학과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교수와 언론인, 전문직 종사자를 납치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 인질들은 돈의 ‘교환 조건’이 아니라 실질적인 ‘살해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사건의 파장이 크다.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매일 5∼30건의 납치사건이 보고됐고 올해 들어선 바그다드에서만 188건이 발생했다. 추후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문 피랍 경험자들도 많은 만큼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이라크 정부의 설명이다.

올해 3월 탈레반이 이탈리아 기자를 풀어주는 대가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탈레반 고위 인사 5명을 돌려받은 사례에서 보듯 금전 이외에 치러야 할 대가도 크다.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 다둘라는 최근 “인질과 죄수 맞교환을 위해 되도록 많은 외국인을 납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비즈니스를 넘어 산업으로?=납치범들의 수법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납치 세력은 현장 납치팀, 호송팀, 경호팀, 협상팀 등으로 세분화돼 역할을 담당한다.

테러 전문가인 브라이언 마이클 젱킨스는 지난달 27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납치는 개인이나 소그룹의 단독 소행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조직적 차원에서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납치가 횡행하다 보니 외국의 보험사들은 납치당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5월 미국의 보험회사 내셔널인슈어런스가 테러 및 납치에 대비해 새 상품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나 대기업을 상대로 인질 협상을 할 때는 중간에 브로커가 끼어들어 사례금을 챙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 피랍 사건에서도 보듯 가족이나 언론에 인질과의 접촉, 억류 상태를 촬영한 음성 녹취나 동영상 자료 전달을 미끼로 거액을 챙기는 부대사업자도 생겨났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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