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너만을 기다렸다” 돈보다 명예…세리의 ‘올인’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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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박세리(CJ)는 지난주 에비앙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두고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2일 막을 올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 다걸기(올인)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박세리는 “올해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기 때문에 브리티시오픈에서 꼭 정상에 오르고 싶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총상금은 200만 달러로 에비앙마스터스보다 100만 달러나 적다. 명예를 위해 돈을 포기한 셈이다.

박세리가 메이저대회 6번째 정상을 노린다. 올 시즌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4년 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릴 마지막 기회다.

대회 장소가 아주 특별하기 때문에 우승의 의미는 더 크다.

골프의 발상지이자 골프팬들이 ‘성지’로 삼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가 처음으로 여자 프로 선수들에게 문을 열기 때문이다.

올드코스는 1400년 경부터 경기가 열린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147년 역사를 자랑하는 ‘디 오픈(브리티시남자오픈)’은 1873년 대회를 시작으로 27차례나 이 곳에서 열렸다. 하지만 몇 차례 아마추어 대회를 빼곤 여자 프로골퍼들은 이곳을 밟을 수 없었다. 아마추어 대회 때도 클럽하우스는 금녀의 구역이었다. 이번에는 모두 개방한다. 골프계에 존재해 왔던 남녀 차별의 큰 벽 하나가 깨진 것.

대신 남자에 비해 비거리가 떨어지는 여자 선수들을 위해 올드코스는 파4홀인 17번홀(453야드)을 파5홀로 바꿔 라운드당 기준 타수를 73타로 조정했다. 코스 전체 길이는 641야드를 줄여 6638야드로 세팅했다.

박세리를 포함해 한국인 또는 한국계 선수는 30여 명이 출전한다. 장정(기업은행)은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내털리 걸비스(미국)에게 진 아쉬움을 2005년 자신에게 생애 첫 우승을 안겨준 이 대회 우승으로 털어버릴 각오다. 세계 랭킹 9위로 뛰어 오른 ‘국내파 지존’ 신지애(하이마트)는 국제무대 첫 승에 도전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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