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성분 569개중 의학적 약효 인정 88개뿐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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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사용되는 74개 건강기능식품 성분의 약효 569가지를 조사한 결과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은 15.5%인 88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의대 통합의학교실은 서울시 산학연 협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미국국립보건원(NIH)이 발표한 건강기능식품 보고서를 질환별, 성분별로 재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 건강기능식품 성분별 효과 등급 현황

NIH 보고서는 해당 전문가들이 최근 5년간 전 세계에서 발표된 건강기능식품 관련 논문을 분석해 성분별 효과를 A, B, C등급으로 분류한 것으로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고려대 연구팀은 이 기준을 바탕으로 240여 개 국내 건강기능식품과 관련 약품을 분류 정리했다.

A등급은 ‘강력한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 B등급은 ‘사용해도 되는 어느 정도의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C등급은 ‘사용해도 좋을지 아직까지 판단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고려대 분석 결과 A등급을 받은 약효는 37개, B등급은 51개, C등급은 481개로 나타났다. A, B등급은 어느 정도 약효가 인정된 것이다.

화상이나 상처 치료에 좋다고 알려진 알로에는 변비에서만 A등급을 받았다. 피부건선 지루성피부염 등 피부 질환에선 B등급을 받았고 화상과 상처 치료, 구내염 등에서는 모두 C등급을 받았다. 국내에는 6개 알로에 제품이 시판되고 있다.

홍삼은 정신 수행 능력 향상과 당뇨병에서만 B등급을 받았을 뿐 체력 증진, 피로 해소, 면역 증강, 치매 예방 등에서는 모두 C등급을 받았다. 이는 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육체적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한 것과 차이가 있다.

녹차는 충치 예방, 고지혈증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C등급으로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콩은 고지혈증(A등급) 설사(B등급) 안면홍조(B등급)에만 효과가 있었고 유방암, 심혈관 질환, 대장암, 담석증, 고혈압, 신장병 예방 효과는 C등급이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예방 효과로 각광받고 있는 유산균은 실제로는 이 분야에서 C등급을 받았다.

이성재 고려대 의대 통합의학교실 교수는 “569개 약효 중 481개가 C등급을 받은 것은 이들 제품에 대한 국제적인 논문이 부족하거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녹차, 홍삼 등 국내의 대표적인 성분들이 외국에서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제 의학 저널에 발표할 수 있는 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질환 예방 효과가 판명되려면 임상시험을 근거로 한 논문이 필요하지만 국내 건강기능식품은 동물실험 정도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제조업체마다 나름대로 효과에 대한 근거를 갖고 있어 C등급이라고 전혀 효과가 없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자세히 볼 수 있으며 고려대 의대 통합의학교실은 9월 초 홈페이지가 구축되는 대로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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