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이 닿으면 예매창구가 붐빈다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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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슉업’에서‘맨 오브…’까지 뮤지컬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 ‘올슉업’이 올해 초 국내에 선보였을 때 다들 작품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미국에서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뮤지컬은 국내 더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에서 최우수 라이선스 뮤지컬 상까지 수상했다. 비결은?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게 작품을 뜯어고친 덕분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러브 미 텐더’를 여주인공이 록 버전으로 부르던 원작을 남자 주인공이 감미롭게 부르도록 했고 첫 장면도 완전히 바꿨다. 전체적인 노래의 템포도 젊은 층이 좋아하도록 원작보다 3분의 1 정도 빠르게 바꿨다.

한국 관객의 취향에 맞게 수정해 호평을 얻은 이 뮤지컬의 연출가는 데이비드 스완(42·사진) 씨. 2004년 조승우가 출연한 히트작 ‘지킬 앤 하이드’를 연출해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올슉업’과 3일 막을 올리는 ‘맨 오브 라만차’까지 인기 뮤지컬의 연출을 연달아 맡은 벽안의 미국 연출가다. 특히 ‘맨 오브 라만차’는 조승우 정성화 등 화려한 캐스팅에 힘입어 공연 시작 전에 이미 티켓의 65% 이상이 판매되기도 해 올여름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스완 씨는 한국에서의 성공 비결에 대해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한국에서 연출을 했을 때의 그 긴장감과 열정, 설렘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의사소통. “‘지킬 앤 하이드’ 초연 때 미심쩍은 점을 이야기하면 연출가의 말이라서 그런지 한국 배우들이 다들 그냥 ‘네네’ 하며 넘어갔다. 이해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아니었다. 배우가 거침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맨 오브 라만차’에서 다시 그와 작업하는 조승우는 “외국인이라 한국 정서를 모를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잡아내고,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잡아내 놀랐다”며 “배우에 대한 애정도 많아 연기의 ‘맞춤옷’을 만들어 주는 듯한 연출가”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뮤지컬 연출을 맡았던 게 계기가 돼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스완 씨는 한국에서는 국내 톱 연출가 수준의 개런티를 받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아직 연출 기회를 얻지 못했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가스펠’ 등의 미국 내 투어 작품의 연출과 안무를 맡아 왔다.

최근 외국 연출가를 비롯한 해외 스태프의 한국 진출에 대해 그는 “한국에도 물론 재능 있는 연출가가 많지만 아직 뮤지컬 역사가 짧은 만큼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쪽으로부터 직접 배우는 ‘비싼 과외’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논의되는 ‘스테이지 쿼터제’(국공립공연장에서 창작 뮤지컬에 공연일수를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제도)에 대해 “창작이 어려운 상황은 인정하지만 솔직히 이해하긴 힘들다”며 “미국에서 가령 영국 뮤지컬이나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한했다면 오늘날 브로드웨이가 이만큼 발전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한국에 올 때마다 배우들이 성장하는 걸 보고 놀란다”며 ‘맨 오브 라만차’에서 주인공 역에 더블 캐스팅된 조승우와 정성화에 대해 “승우는 말 그대로 재능을 타고난 배우고 성화는 시야가 넓고 영리한 배우”라고 평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음악 대본 안무… 외국인 스태프 참여 확산▼

한국 뮤지컬시장이 커지면서 외국에서 온 뮤지컬 스태프의 참여가 늘고 있다.

2002년 ‘오페라의 유령’을 맡았던 아티 마셀라를 비롯해 ‘뱃보이’(2005년)의 샘 비브리토, ‘미스 사이공’의 로렌스 코너 등 외국인 연출가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맡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창작 뮤지컬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참여 분야 역시 연출뿐 아니라 음악, 대본, 안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시뮤지컬컴퍼니는 내년 공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창작 뮤지컬 ‘5월의 신부’의 음악을 뮤지컬 ‘유린타운’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작곡가 마크 홀먼에게 맡겼다. 설앤컴퍼니도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미국 브로드웨이의 프랭크 와일드혼에게 내년에 선보일 창작뮤지컬 ‘라이’의 음악을 의뢰했다. 지금 공연 중인 50억 원 규모의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에선 연출, 작곡, 극본을 모두 외국인 스태프가 맡았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 씨는 “제작 분야의 경우 종주국의 노하우가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춤 기술 음악 등 무대를 이루는 핵심 분야는 아직까진 외국 인력의 기량이 나은 만큼 이런 추세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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