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인’ V.O.S와 슈퍼키드가 말하는 ‘가수로 살아남기’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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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란, 원래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실력을 통해 발견되는 법이다. 한국판 ‘아메리칸 아이돌’로 불리는 MBC ‘쇼바이벌’은 공연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신인가수 발굴 프로젝트. 하지만 데뷔 1년차 신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건 ‘중고 신인’인 ‘V.O.S’와 ‘슈퍼키드’였다. 1회부터 우승을 휩쓸며 관객에 의해 재발견된 이들을 지난달 30일 서울 홍익대 근처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른 가수들이 공연에 늦으면 신나죠 노래 더 할 수 있잖아요▽

V.O.S “중고 신인요? 그런 수식어라도 붙여 주니 얼마나 고마워요. 그런데 ‘비운의 가수’라는 말은 아프네요.”(최현준·26)

‘Voice of Soul(영혼의 목소리)’이라는 뜻의 ‘V.O.S’는 2집을 낸 3인조 보컬이다. 하지만 2004년 1집 ‘눈을 보고 말해요’의 인기를 업고 낸 2집은 참패했다. 대중은 냉정했다. 여느 인기 가수보다 많이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아무도 이름을 기억해 주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출연한 버라이어티쇼에선 그들 노래가 아닌 ‘땡벌’이 먹혔다.

하지만 그런 인기는 이내 사그라졌다.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할 때 주위 반응은 더 쓰렸다. “너네는 노래 잘해, 곡도 좋아, 잘생겼어. 그런데 왜 안 되니?”

무명의 설움을 달랠 곳은 공연밖에 없었다. 대학 축제와 길거리 콘서트에 무작정 섰다. “다른 가수들은 최대 4곡을 부르고 갈 때 저희는 10곡도 불렀어요. 다른 가수들이 차가 막혀 늦으면 그 시간을 기회로 삼았죠.”(박지헌·29)

‘쇼바이벌’에서 보여 준 노래는 그때 그 레퍼토리 그대로였다. 연습이 필요 없었다. 스스로도 ‘쇼바이벌’ 무대가 길거리 공연 노하우의 결정판이라고 말할 정도. 하지만 섭외를 받았을 땐 적잖이 고민했다. “4년차인 우리에게 신인 가수와 대결하라는데 자신이 없었어요. 신인다운 열정을 보여 주기엔 꿈도 꺾이고 아픔이 많았잖아요.”(박지헌)

다양한 노래를 ‘V.O.S’만의 색깔로 보여 준 무대는 역전드라마가 됐다. 요즘은 인기를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

“500원짜리 장난감, 김에서 게장, 신발, 통닭 등으로 선물이 다양해졌어요. 근처에 있는 YG엔터테인먼트로 잘못 알고 ‘빅뱅’ 팬들이 찾아오던 것도 줄어들었고….(웃음) 이제 사무실 앞에 저희 팬들도 찾아오네요.”(김경록·24)

이들은 9월 3집 앨범 발매와 함께 4일 오후 7시 홍익대 앞 롤링홀에서 감사의 무료 콘서트를 연다.

▽파격 편곡-퍼포먼스 관객 자지러져도 우리는 늘 진지했어요▽

슈퍼키드 “록 하면 만날 고함지르고 약에 찌든다고? ‘홍익대 (앞 클럽) 밴드’ 뜨기 힘들죠. 하지만 고정관념이 더 힘들어요.”

지난주 ‘쇼바이벌’ 방송분에서 ‘슈퍼키드’는 이소라의 ‘난 행복해’를 불렀다. 애절한 발라드는 듣고만 있어도 어깨가 들썩이는 뉴웨이브로 변했다. 왜 하필 이 노래냐고 물었더니 “반어적인 의미가 웃고 있어도 속은 울고 있는 우리와 비슷하다”며 파격적 편곡과 퍼포먼스로 관객을 웃겼지만 “우리는 늘 진지했다”고 말했다.

‘슈퍼키드’는 ‘Super’에 농담이라는 뜻의 ‘Kidding’의 합성어. 힘든 일상도 그저 농담 한마디(Just kidding)하듯 웃어넘기자는 뜻에서 ‘슈퍼키드’라 지었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도 광대 이미지다. “연애를 해본 지 오래돼서 사랑 노래는 못합니다. 그 대신 별거 없는 인생 재밌게 노래해요. 현실이 우울하다고 음악마저 우울하면 어떻게 살아요.”(허첵·28)

‘슈퍼키드’의 모태는 2004년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허첵과 파자마징고(23). 그 후 1년 뒤 대학 동창과 고향 친구들을 불러 모아 밴드를 결성했다. 다행히 ‘자우림’의 구태훈 씨가 소속사 사장이라 음반은 쉽게 냈단다. 악전고투하는 다른 ‘홍익대 밴드’보다 빨리 뜬 편. 그들은 기적이라 표현했다. “기적이 아니라면 요즘 같은 불황에 이렇게 뜨나요.”

하지만 ‘기적 만들기’보다 어려웠던 건 편견에 대처하는 일. 아버지한테 기타로 맞는 것은 참아도 엄마 친구들이 “혹시 약도 먹느냐, 바지도 벗느냐”고 물어올 땐 할 말을 잃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 뭐냐고 묻자 이들은 “밥 먹으러 갈 때 식당 주인이 사인해 달라고 하는 것인데, 아직 공짜는 없다”라며 “무엇보다 팬들이 부모님이랑 손잡고 저희 공연을 보러 오는 게 가장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5일 오후 6시 서울 대학로 질러홀에서 싱글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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