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GDP 後進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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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2002∼2003년 세계 11위였으나 2004∼2005년 인도에 밀려 12위가 됐다. 작년엔 멕시코는 제쳤으나 브라질과 러시아에 앞자리를 내주고 13위로 더 밀렸다. 4년 사이 우리를 제친 이들 세 나라는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리는 신흥 경제 강국이다. 2003년 ‘브릭스’라는 표현을 처음 쓰면서 이에 주목하라고 했던 미국 증권회사 골드만삭스그룹의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일종의 경보(警報)였던 셈이다.

▷‘경제 사령탑이 없다’ ‘미국과 일본은 부럽고 중국은 두렵다’ ‘삼성 LG도 특허 분쟁에서 당했다’ ‘박사들이 놀고 있다’ ‘대졸자는 많아도 고급 인력이 없다’ ‘죽음의 계곡에 빠진 벤처들’…. 컨설팅사업도 하는 IBM이 정체(停滯)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경제를 분석해 4월에 펴낸 ‘한국보고서’의 목차들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뒤진 정부 정책과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행정 규제에 대한 지적도 물론 있다. 우리나라의 GDP 순위가 밀린 이유들이 거기에 담겨 있다.

▷한때는 우리도 잘나갔다. 세계 10위권 진입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선진국 모임인 G7은 몰라도 G8에 한국을 왜 끼워 주지 않느냐”고 큰소리친 적도 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미래의 성장동력 고갈 가능성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노무현 정권 4년 내리 우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이나 세계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 분배를 성장보다 앞세우고, 성장 없이도 평등하게 잘살 수 있을 것처럼 나라를 끌고 간 데 따른 귀결이다.

▷IBM 보고서는 처방으로 ‘혁신’을 제시했다. 이 정부의 장기(長技)인 이벤트성 혁신과는 전혀 다른 혁신이다. IBM은 초대형 기업을 육성하라고 권고했다.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자국(自國) 기업이 몇 개 들어가느냐를 보면 그 나라의 경제규모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인재가 미래의 경쟁력’이므로 혁신 인재를 우대하고 대학 규제를 완화하라는 충고도 했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이 이 정부의 코드정책과 반대되는 내용들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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