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문화재 구입하면 낭패봅니다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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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국가-지자체 지정 ②도난 유실 공고 ③출처 고의 훼손

고미술품 수집가 A 씨는 골동품상한테서 탱화 한 점을 샀다. 이 탱화의 봉안처와 조성 연대, 사찰 이름이 적힌 화기(畵記)는 잘려 나가고 없었다. A 씨는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채 구입했지만 몇 년 뒤 도난 문화재로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A 씨는 그 탱화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예전에는 도난 사실을 모르고 탱화를 구입했으므로 탱화를 본래 소유자에게 돌려줄 의무가 없었으나 법 개정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개정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구입 문화재가 장물이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구매자들은 문화재가 △국가 지정 문화재(국보나 보물)인지 △시도 지정 문화재인지 △도난이나 유실 사실이 공고된 문화재인지 △출처를 알 수 있는 부분과 기록을 의도적으로 훼손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를 모르고 문화재를 구입했다가는 민법이 규정한 ‘선의 취득’(도난된 사정을 모르고 구입)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탱화를 산 A 씨도 소유자와 출처를 알 수 있는 화기가 훼손됐기 때문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개정법에 대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선의 취득’이 적용되지 않는 도난 문화재를 적시해 오히려 그 거래나 유통을 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한다.

문화재청 문화재안전과 장경복 씨는 “이전에는 구입 문화재가 장물로 밝혀지면 본래 소유자와 법정 다툼까지 해 분쟁을 해결했지만 이제는 구입 전에 따지기만 하면 ‘선의 취득’이 적용되는지를 바로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도난 문화재를 보유하게 된 경위를 살피지 않고 보유자에게서 무조건 몰수하도록 한 문화재보호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헌법재판소 판결은 도난 문화재임을 알고 보유하거나 구입한 사람의 소유권을 박탈해 무조건 국가가 몰수하는 게 ‘과도’하다는 뜻이지 형사 처벌 자체가 위헌이란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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