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까지 직행”… ‘토탈 물류’를 나른다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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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방콕호가 21일 오전 6시 부산항 허치슨부산터미널에 들어오고 있다. 올해 1월 취항한 6800TEU급 컨테이너선 방콕호는 길이 303m, 폭 40m로 축구장 3개를 합친 크기다. 광양항을 출발해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유럽을 경유해 돌아오며 8주(56일) 단위로 아시아-유럽 노선을 회항한다. 사진 제공 현대상선
현대상선 방콕호가 21일 오전 6시 부산항 허치슨부산터미널에 들어오고 있다. 올해 1월 취항한 6800TEU급 컨테이너선 방콕호는 길이 303m, 폭 40m로 축구장 3개를 합친 크기다. 광양항을 출발해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쳐 유럽을 경유해 돌아오며 8주(56일) 단위로 아시아-유럽 노선을 회항한다. 사진 제공 현대상선
■오늘 바다의 날…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에서 본 ‘해운 코리아’의 항로

《“All Station All standby(모든 선실 출항 준비).” 20일 오후 10시 반 전남 광양항에 정박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방콕호. 긴 사이렌 소리와 함께 밤을 깨우는 출항 준비 방송이 선박 전체에 울려 퍼졌다. 8주 전 광양항을 떠나 홍콩 등을 거쳐 유럽을 다녀온 현대상선의 방콕호는 쉴 틈도 없이 컨테이너를 환적(화물을 다른 배에 옮겨 싣는 것)하고 다시 부산항으로 출발했다. 25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 김종휘(50) 씨는 이 배에 동승한 본보 기자에게 “화물 상당수가 운임이 비싼 전자제품과 냉동화물”이라며 “고위험, 고부가가치 화물일수록 정보기술(IT)이 발달한 한국 해운회사에 맡긴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해운 강국 유럽과 저가(低價) 공세를 펼치는 중국 사이에서 ‘장보고의 후예’답게 당당히 세계시장을 지키고 있는 한국해운은 종합 물류서비스 회사로 발전하고 있다. 》

○ 외화 수입 3위 효자 산업

방콕호는 밤새 남해안을 달려 다음 날(21일) 오전 6시 부산항 허치슨부산터미널에 닻을 내렸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항해와 화물하역으로 선원들은 24시간 넘게 잠을 자지 못했다. 부산항 정박 시간은 12시간. 두 달 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주행남(38) 1등 항해사는 “배를 점검하고 6000여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일손을 재촉했다.

올해 들어 유럽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방콕호와 같은 유럽행 컨테이너선은 줄곧 만선(滿船)이다. 6800TEU(1TEU는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방콕호에 컨테이너가 가득 찰 경우 화물 가치는 약 1250억 원, 척당 올리는 운임 수입만 연간 800억 원가량으로 ‘떠다니는 중견기업’이다.

한국 해운은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단일 업종으로는 세 번째로 외화를 많이 버는 산업이다. 2005년 반도체 300억 달러, 자동차 272억 달러에 이어 해운은 191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 위기를 ‘고급 서비스’로 넘는다

‘효자 산업’ 한국 해운업은 최근 유럽과 중국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머스크와 MSC, CMA, CGM 등 유럽 해운사들이 부동의 세계 1∼3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올해 1월 중국 국영선사 차이나시핑과 코스코가 컨테이너 적재량 부문에서 한진해운을 제치고 세계 6, 7위에 올랐다. 반면 2000년 세계 4위였던 한진해운은 5월 현재 10위까지 내려앉았다. 현대상선도 같은 기간 15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

중국에 맞서기 위해 한국 해운은 ‘고품질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방콕호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 하역한 전자 부품은 곧바로 직행 열차로 옮겨져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공장까지 운송된다. 현대상선이 직행 육로를 개통한 덕분에 수송기간은 1주일가량 줄어들었다. 중국 해운사가 항구와 항구를 잇는 수송만 주로 하는 것과 대조된다.

IT 기술을 활용한 ‘거미줄 물류 서비스’도 돋보인다. 한진해운은 ‘데스크톱’이라는 전용 통신망을 개발해 고객들이 위성을 통해 어디서든지 화물 예약 등 업무 처리를 하고 화물의 위치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

○ 중국의 도전 극복 종합물류기업 재도약

31일 제12회 바다의 날을 맞은 한국 해운업계는 해상 운송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 터미널과 수리조선소, 3자 물류 등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분주하다.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중국 저장(浙江) 성에 안벽 길이 1900m에 이르는 선박 수리 조선소를 건설하는 한편 미국과 대만 등에 6개의 해외 터미널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물류 컨설팅까지 전담하는 3자 물류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벌크선이 초호황을 보이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STX팬오션과 대한해운 등도 자동차운반과 유류운반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진방 대한선주협회 회장은 “세계 5대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운산업의 체질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 해운은 고객에게 물류컨설팅부터 항만터미널 운영, 운송에 이르기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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