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요부처 브리핑룸-송고실 모두 설치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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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삿거리 있는 곳엔 송고실 있어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될 당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의 ‘임시 천막 기자실’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해 송고하고 있다. 기사가 있는 곳에 기자와 기자실이 따라다닌다. 선진국 행정 부처에는 일률적으로 기자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과 독자가 관심을 가질 기사가 많은 관청은 기사 작성 및 송고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기삿거리 있는 곳엔 송고실 있어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될 당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의 ‘임시 천막 기자실’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해 송고하고 있다. 기사가 있는 곳에 기자와 기자실이 따라다닌다. 선진국 행정 부처에는 일률적으로 기자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과 독자가 관심을 가질 기사가 많은 관청은 기사 작성 및 송고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엔: 공동송고실 외에 상주기자 200명에게 개인부스 제공

일본: 관공서마다 기자실… 국회옆 기자회관 ‘현장 본부’ 역할

유럽: 내각제 英·獨 의회에 기자실… 佛 주요기관엔 프레스룸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국정홍보처에 기사송고실 폐지 검토를 지시하면서 “많은 선진국은 별도의 송고실을 두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선진국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많이 생산하거나, 언론이 정부의 브리핑 내용을 시급히 보도해야 할 사안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는 거의 빠짐없이 송고 시설을 갖춘 기자실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국내 언론이 외국에는 없는 기자실을 특권처럼 유지하려고 ‘진실을 회피하고 숨기는 비양심적인 보도’를 한다고 한 대통령의 말이 근거가 없는 무책임한 주장임을 보여 준다.

▽미국=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등 기사가 많은 부처는 브리핑실과 함께 기사를 써서 보낼 수 있는 기자실이 설치돼 있다. 나머지 부처들이 별도의 기사송고실을 두지 않는 이유는 기자들이 거의 찾지 않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는 항상 기자들로 북적대지만 송고실을 갖춘 재무부는 기자들의 발걸음이 뜸하다. 한국의 재정경제부와 달리 재무부 기사가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주요한 정책은 의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자들은 의회로 많이 몰린다. 워싱턴 의회 내의 기자실 격인 ‘프레스 갤러리(press gallery)’에서는 수백 명의 기자가 의원들과 보좌관 등 의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하고 현장에서 바로 기사를 작성해서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미 의회 내에는 7개의 기사송고실이 있다. 국내 언론계에선 1990년대 초부터 사실상 없어진 ‘기자단(press corps)’과 ‘간사(committee)’가 있어 엠바고 등 기자실 운영과 규율을 정한다.

▽유엔본부=뉴욕 유엔본부 2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앞. 이곳은 유엔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스테이크 아웃(stake out·계속 기다리면서 하는 취재)’으로 불리는 장소다. 이란 핵, 북한 핵 등 중요한 현안이 걸린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기자들이 대기하면서 취재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기자들은 취재가 끝나면 바로 송고실로 자리를 옮겨 기사를 출고한다. 유엔은 무엇보다 신속성이 중요한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별도의 브리핑실과 함께 기사를 보낼 수 있는 송고실을 제공하고 있다.

송고실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유엔 출입기자 누구나 쓸 수 있는 공동 송고실이다. 또 한 가지는 본부 건물 2∼4층에 걸쳐 있는 개인 부스다. 유엔 상주 출입기자 200여 명을 위한 이곳에는 혼자 쓰는 방도 있고 여러 명이 같이 쓰는 방도 있다. 무선인터넷이 가능하며 회사별로 유선전화가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에도 기사 작성과 송고가 가능한 기자실이 있다.

▽일본=일본에는 기자들의 취재가 이뤄지는 곳마다 대부분 기자실이 있다. 총리관저와 국회 정당은 물론이고 경찰 법원 행정부처 등 관청 기자실에서 기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기사를 작성해 송고한다.

기자실에는 간단한 브리핑이 가능한 공용 공간 외에 언론사별 부스가 마련돼 있고 인터넷 랜선이 깔려 있으며 본사와의 직통전화도 개설돼 있다. 각 사는 통신비는 지불하지만 장소 사용료는 따로 내지 않는다.

총리관저와 국회 행정부처가 촘촘히 몰려 있는 나가타(永田) 정 가스미가세키에는 국회 바로 옆에 국회 기자회관이 있다. 이곳은 각 사의 정치와 행정부처 현장 데스크들이 모인 기자실(일본에서는 ‘대기실’이라 부름)로 일종의 현장 헤드쿼터 역할을 한다.

▽유럽=유럽의 의원내각제 국가들은 정부 부처보다는 의회에 송고 시설을 갖춘 기자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 부처에 상시적인 기자실은 없지만 그 이유는 노무현 정부가 견강부회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영국의 정부 부처에는 기자실이 따로 없고 브리핑룸만 있다. 따라서 기자들은 브리핑 후 의회 기자실로 가서 기사를 송고할 수 있다.

독일 의사당 내에도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하고 기사를 송고할 수 있는 프레스룸을 두고 있다.

프랑스 엘리제궁 등 주요 기관에는 기사를 전송할 수 있는 소형 프레스룸이 있지만 대부분 기자들은 브리핑 후 회사로 돌아가 기사를 작성한다. 그러나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 각 부처는 기사 송고 장비를 갖춘 프레스룸을 임시로 운영한다. 최근에 실시된 대통령선거 당시 내무부는 밤늦게까지 취재하는 내외신 기자들을 위해 대형 TV 모니터가 설치된 프레스룸을 두고 뷔페도 제공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기사 송고 장비를 갖춘 프레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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