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분 바람 ‘밀양’까지…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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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국제 영화제 수상작으로 본 ‘흥행의 조건’

프랑스 칸에서 돌아온 영화 ‘밀양’의 이창동 감독은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칸 효과’에 대한 농담을 했다. 만약 ‘밀양’이 ‘캐리비안의 해적3’를 따라잡는다면? 이 감독은 “그렇다면 내가 캐리비안의 해적 4편을 촬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주인공 전도연이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직후 나타난 변화는 바로 예매율 증가였다. 발표 당일(한국 시간) ‘밀양’의 예매율은 30%대까지 치솟았고 한때는 동시 개봉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3’를 앞서기도 했다. 지난주 개봉 첫 날 ‘캐리비안의 해적3’가 79%의 압도적인 예매율을 보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2000년 이후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라 불리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칸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통해 ‘국제영화제 수상 효과’를 알아봤다.

○임권택, 이창동류…효과 OK

2002년 5월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의 첫 달 서울 관객은 23만 명. 임 감독의 명성에 비해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달 말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뒤 서울에서 20만 관객이 몰렸다. 결국 전국 124만 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

같은 해 8월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첫 달 서울 관객 수는 28만 명에 그쳤으나 그해 9월에 열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젊은 연기자상(문소리) 등을 수상한 뒤 두 달 만에 100만 명을 넘겼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영화가 개봉된 후 상을 받았기에 관객 기록과는 무관했지만 해외 수출건수나 DVD 판매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영화제 효과와 무관한 김기덕류

그러나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영화제 효과와 거리가 멀다. 2004년 한 해에 영화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빈 집’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무려 두 개나 받았지만 두 영화는 모두 합쳐 전국 관객 3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사마리아’는 한 달도 채 못 넘기고 곧바로 영화관에서 사라졌다.

영화평론가 황영미 씨는 “영화제 수상작은 대중성과 거리가 멀고 난해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이미지와 상징성으로 대표되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밀양, 전도연 효과에 기대

영화제작사 겸 투자사인 KM컬처 심영 마케팅 이사는 “권위 있는 영화제 수상은 대중문화인 영화가 고급문화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밀양’의 경우 감독상이나 작품상과 달리 배우가 받는 상은 스타의 연기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고 이는 곧 관객 동원으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강수연 이후 20년 만의 여우주연상이라는 사실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틈에서 일시적인 관객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관건은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 지속 여부”라고 말했다.

3대 영화제 역대 수상작과 관객 수
작품(감독) 개봉일영화제수상 내용국내 관객(명)
취화선(임권택) 2002.5.1055회 칸 국제영화제감독상124만
오아시스(이창동) 2002.8.15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감독상, 젊은 연기자상(문소리)115만
사마리아(김기덕) 2004.3.55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감독상17만
빈 집(김기덕) 2004.10.156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감독상9만
올드보이(박찬욱) 2003.11.2157회 칸 국제영화제심사위원 대상326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찬욱)2006.12.75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알프레트 바워상73만
밀양(이창동) 2007.5.2360회 칸 국제영화제여우주연상(전도연)?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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