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울에 ‘합법 노점거리’ 들어선다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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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명물이 되다시피 한 싱가포르의 노점 식당들. 싱가포르는 일찍이 1960년대 말 기존 노점상에게 임시허가증을 나눠 주고 이후 단속을 통해 노점의 새로운 발생을 차단하면서 노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노점허가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
관광명물이 되다시피 한 싱가포르의 노점 식당들. 싱가포르는 일찍이 1960년대 말 기존 노점상에게 임시허가증을 나눠 주고 이후 단속을 통해 노점의 새로운 발생을 차단하면서 노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노점허가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
해마다 도로점용료를 서울시에 내는 대신 영업행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합법 노점거리’가 올해 10월부터 명동을 비롯해 이태원 강남역 신촌 신림사거리 등에 들어선다.

불법 노점을 단속하는 주체인 서울시가 현행법상 불법인 노점에 정식으로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고 도로점용료를 받기로 한 것이다.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노점상은 각종 단속 및 과태료 부과 대상 등에서 제외되는 등 사실상 제도권 내로 편입돼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서울시내 노점은 1만2000개에 이른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와 공동으로 실시한 노점 실태 조사를 거쳐 종로구 동묘공원 등 22곳을 노점 시범거리로 선정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점은 불법이지만 단속과 재발생의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고 노점상 단체의 조직적인 저항으로 단속에도 한계가 있어 노점상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기로 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미국 뉴욕 등에서도 허가제 또는 면허제를 통해 이미 노점을 합법화했다”고 덧붙였다.

합법 노점거리는 △종로구 동묘공원 △중구 명동 △용산구 이태원 △성동구 뚝섬역 앞 △광진구 구의공원 △동대문구 경동시장 △중랑구 중랑역 △성북구 미아사거리 △강북구 미아역 △도봉구 도봉산 지역 △노원구 노원사거리 △서대문구 신촌 지역 △양천구 신곡시장 입구 △강서구 가양동 지역 △구로구 오류시장 △금천구 가산디지털사거리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건너편 △동작구 태평백화점 △관악구 신림사거리 △강남구 강남역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강동구 로데오거리 등 대부분 상권이 발달한 곳이다.

합법 노점거리는 지역 사정에 밝은 각 자치구의 의견을 들어 선정됐으며 아직 후보지를 정하지 않은 은평 마포 서초구가 추가될 경우 25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선정 기준은 시민 보행권이 확보되며, 인근 점포와 마찰이 적고, 지하철 입구 및 버스정류장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 등이다. 서울시는 올해 시범실시에 이어 내년에는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노점 제도권 편입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아울러 현재의 무질서한 노점 디자인이 도시미관을 눈에 띄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국내의 권위 있는 디자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미적 감각이 뛰어난 노점 디자인을 현상 공모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김밥 샌드위치 토스트 등 조리음식 취급 노점, 액세서리 의류 생활용품 등 공산품 취급 노점, 과일 채소 어류 등 농수산물 취급 노점 등 3개 유형으로 나눠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시 전반의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도록 부시장급으로 신설된 디자인서울총괄본부(본부장 권영걸 서울대 미대 교수)가 관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노점거리가 잘 정비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돼 있다”며 “당선 디자인이 노점에 적용되면 서울의 거리 모습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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