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 투병하는 네게 희망 준다면…”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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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길러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잘라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정우빈 양(오른쪽)에게 기증하는 이화여대 대학원생 김지현 씨. 사진 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8년간 길러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잘라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정우빈 양(오른쪽)에게 기증하는 이화여대 대학원생 김지현 씨. 사진 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제 머리카락이 소아암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쁩니다.”

이화여대 한국학과 대학원생 김지현(33·여·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31일 오전 10시 반 서울 신촌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중학교 2학년생 정우빈(13) 양에게 자신이 8년간 길러 온 머리카락을 기증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머리카락 기증은 매우 드문 일. 가발 하나를 만들려면 보통 2, 3명의 머리카락이 필요하다. 다행히 김 씨의 머리카락은 1m가 넘는다. 가발업체인 하이모㈜의 후원으로 그의 머리카락에 인조모가 더해져 가발이 만들어진다. 허리까지 늘어진 김 씨의 긴 머리카락은 귀를 살짝 덮는 예쁜 단발머리로 변했다.

정 양은 지난해 11월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한 채 반년째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투병하고 있다. 정 양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 모자가 없으면 외출할 생각을 못한다. 130만∼300만 원이나 되는 비싼 가발을 살 형편도 아니었다.

김 씨는 친구의 소개로 외국의 머리카락 기증 사이트(www.locksoflove.org)를 알게 된 뒤 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외국에선 자신의 머리카락을 암 환자나 필요로 하는 일반인에게 기증하기도 한다”면서 “1년 전부터 머리카락을 기증하려고 소아암협회 등 여러 단체에 알아봤지만 다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기증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머리카락은 30cm 정도만 돼도 기증할 수 있다”면서 “한국에도 머리카락 기증 사이트가 있으면 기증 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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