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스코 제철공법 혁신이 제시한 한국 경제의 길

  • 입력 2007년 5월 30일 2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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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보국(製鐵報國)’은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40년 전 포항 모래벌판에 제철소를 세울 때 정립한 창립이념이다. 포스코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파이넥스 설비를 어제 준공함으로써 제철보국의 쾌거를 또 한번 이룩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부스러기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그대로 원료로 사용하는 획기적인 제철 신기술이다. 철광석과 석탄을 단단한 덩어리로 가공해 써야 하는 용광로 공법보다 제조원가가 15% 절감된다. 또 중간 가공 과정을 생략함에 따라 대기오염을 97∼99% 줄일 수 있다.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80% 이상이 지름 8mm 이하의 부스러기 형태여서 유럽과 일본의 선진 제철회사들이 신공법 개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포스코가 처음으로 상용화와 양산(量産)에 성공한 것은 포스코가 처음이다. 2000년 민영화 이후 경쟁력이 배가되면서 세계 제철기술사(史)에 새 장을 연 것이다.

파이넥스 설비 상용화는 우리 산업과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의 연구개발에 15년 동안 5500억 원을 투입했으며 20여 개국에 5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포스코 포항공장 정문에는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산업에서 인간의 창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증거물이다.

10년 전에 맞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자본, 노동 등 요소 투입량 증가가 아니라 기술 향상을 통한 생산성 증가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 것도 생산성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 증가는 파이넥스와 같은 첨단기술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때 가능하다. 경제개발 초기에 선각자들이 철강에서 한국의 희망을 찾았듯이 우리 세대도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릴 성장엔진을 점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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