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파이넥스로 세계 철강사 다시 쓰다

  • 입력 2007년 5월 30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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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 준공은 세계 철강 기술사에 남을 만한 일대 사건이다.

파이넥스 기술 자체가 수 십년간 세계 굴지의 철강업체들이 상용화에 도전했다 실패한 '자연상태의 가루 철광석을 가공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고난도의 설비 기술'이기 때문이다.

15년 만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 설비 가동에 성공한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을 향후 계획중인 인도, 베트남 일관제철소에도 적용,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이다.

◇미래형 제철공법 '파이넥스' = 근대 제철기술의 발단은 14세기경 용광로가 발명되면서 이뤄졌다. 용광로 공법은 기술 진보를 거듭하면서 에너지 최적화, 대형화, 높은 생산성을 장점으로 현재 세계 철강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공법은 유연탄을 연소시키고 철광석을 환원하는 과정에서 덩어리 형태의 괴철광석과 매장량이 적어 비싼 고점결성 유연탄을 필요로 하고 철광석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가루형태의 철광석을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포스코가 지난 92년 개발에 착수한 파이넥스 공법은 이같은 용광로 공법의 단점을 일거에 해소하는 용융 환원 제철법의 하나다.

지름 8㎜이하인 분말 형태로 덩어리 형태보다 값이 20% 싼 가루 철광석을 이용해 쇳물을 생산할 수 있어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첨단 기술로 꼽힌다.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바로 사용하면 이를 덩어리로 만드는 1차 가공(코크스)단계가 생략되기 때문에 투자비는 용광로의 80% 수준, 제조원가는 8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또 소결광과 코크스를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먼지를 각각 3%, 1%, 28%로 크게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그간 일본의 디오스(DIOS) 공법이나 호주의 하이스멜트(HISMELT) 공법 등 세계 각국 철강업체들도 비슷한 제철 공법의 개발에 나섰지만 양산에 성공한 적은 없다.

국제철강협회(IISI)의 이안 크리스마스 사무총장이 "파이넥스는 세계 철강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포스코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높이 평가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파이넥스가 있기까지 = 세계 철강업계의 후발주자인 포스코는 73년 조업개시 이래 기술 개량과 고도화, 선진업체로부터의 전수 등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켜왔으나 70년대 후반부터 선진 업체들의 견제가 가속화되면서 자주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자체 기술연구소, 포항공대 및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설립을 통해 산학연 연구개발체제를 구축한 포스코는 90년대 초반 정부가 용융환원제철법의 연구를 국책과제로 선정하고 222억원의 연구비용을 지원하면서 본격적인 신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포스코는 정부 및 일부 국내 철강사와 함께 신철강기술연구조합을 결성, 새로운 제철공법에 대한 이론적 성과를 얻었다. 낮은 상업화 가능성으로 참여 철강사가 떨어져나갔지만 포스코는 단독으로 이를 수행했다.

95년에는 코렉스공법에 도전했다가 자연상태의 가루철광석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포기했다. 98년까지 투입된 돈이 700억원을 넘었음에도 불구, 성과가지지부진하면서 사내외에서는 회의론이 급부상했다.

더욱이 외환위기로 경영여건은 어려워졌다. 하지만 포스코는 1000억 원의 추가 연구비 투자를 결정하고 98년부터 기술연구소 차원에서 연구되던 파이넥스 공법을 과감히 현장으로 끌고 나오는 도박을 감행했다.

2003년 파이넥스 데모 플랜트가 완공되고 첫 쇳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내 조업도중 유동로에서 분철광석이 주저앉아 설계를 다시하기도 했다.

2004년 마침내 연산 60만t 규모의 데모 플랜트의 조업 및 정비기술이 완성됐고 그해 8월 연산 150만t의 상용화 설비에 착공했다.

◇ 포스코, '파이넥스 기반으로 세계 2위 도약한다' = 포스코는 이번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의 준공으로 지난해 3000만t인 조강 생산능력을 내년 3400만t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이 정도의 생산량이라면 포스코는 세계 4위의 철강회사에서 2위로 부상하게 된다. 국내에서 공급부족이 심각한 슬래브 및 열연제품의 공급량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향후 10년내 중국과 인도 등 동남아 지역에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생산기지를 확대하면 포스코는 총 조강생산량이 4200만t으로 늘어 세계 1위업체인 아르셀로-미탈과도 경쟁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에 나돌던 자사의 '피인수 합병 가능성'에서 벗어나 세계 유수 철강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비교 우위의 입지를 확보, 세계 최고까지 넘볼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가 갖는 또다른 의미는 알루미나(AL₂O₃)나 아연 성분이 많은 질 낮은 철광석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현재 추진중인 인도와 베트남의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의 사업타당성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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