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사람맛 나는 옛 추억 잘 보존해야죠”

  • 입력 2007년 5월 30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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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낮 12시 대전 동구 중동의 두부두루치기 전문점 ‘별난집’에 별난 일이 생겼다.

박성효 대전시장과 이장우 동구청장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것.

30년 전 개업한 이 식당은 동아일보 취재팀이 4월과 5월, 1주일에 두 번씩 연재한 ‘대전 옛 도심의 재발견’ 시리즈 중 4월 11일자에 소개된 집.

박 시장과 이 청장은 침체에 빠진 옛 도심의 활로가 무엇인지 옛 도심 삶의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즉석 간담회에는 시리즈에 소개됐던 기신양복점 김근배 사장, 대흥탁구장 이원복 사장, 별난집 장순애 사장이 함께했다.

매콤한 두부두루치기와 녹두전, 그리고 북어찜이 식탁에 오르자 박 시장은 “아 옛날이여”를, 이 청장은 “새로운 영광을 위하여”를 외치며 막걸리 건배를 제안했다.

“여기 오니 새삼 옛날이 생각나네요. 이 식당 인근에 교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한글을 처음 배웠어요.” 대전 동구 대동 산1에서 태어난 박 시장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박 시장이 “동아일보의 시리즈로 옛 도심, 추억의 장소들이 많이 홍보됐다”고 말하자 이 청장은 “동아일보사와 함께 그동안의 시리즈 내용을 토대로 공동으로 책자를 발간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옛 도심 가능성 있다=김 사장은 “기신양복점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아직도 명사들이 많이 찾는다”며 “양복점 직원들이 남다른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중앙시장의 포목점 가운데에는 하루 15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다”며 “특히 지하철 완전 개통 이후 중앙시장 인근의 유명식당들은 발 디딜 틈이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옛 도심에서 잘살던 사람들이 둔산 신도심을 거쳐 노은동에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이 향수를 잊지 못해 지하철을 타고 옛 도심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 대전역 주변에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이 들어서면 옛 도심은 전에 없이 인파로 북적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 도심은 기계적인 신도심과 달리 사람 냄새가 나고 사는 맛이 풍긴다”며 “그래서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 가지려면 스토리 있어야=미국 시애틀에서 1년간 유학생활을 한 박 시장은 “시애틀의 한 재래시장에서는 정육 마트 상인들이 고기를 서로 던지면서 일을 하는데 그 풍경이 인기를 끌면서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며 “우리 재래시장도 고객과 호흡을 같이해야 장사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얘깃거리가 있는 곳을 찾는다”며 “스토리가 있어야 사람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재래시장이 재미있다고 하지만 피를 흘리는 소머리를 보면 가족과 함께 왔던 초등학생이 도망쳐 버린다”며 “누르면 노래가 나오는 소머리 모형 등 재미있는 볼거리, 즐길거리를 개발해 시장 분위기를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중구 은행동 중앙로를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조성하고 이 도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려는 대전시의 정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 사장은 “승용차를 못 들어오게 하면 상권이 고사하고 말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박 시장은 “승용차로 스쳐가는 사람이 아닌 걸어 다니는 사람이 돈을 쓰는 법”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하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이 상권의 활성화를 가져 온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육교로만 이어졌던 역전시장과 중앙시장을 횡단보도로 연결했더니 두 시장이 좀 더 가까워지면서 교류가 활성화됐고 노약자를 비롯해 시민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옛 도심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논란을 벌이기도 했지만 옛 도심이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점심을 마치고 일어서는 모두의 얼굴엔 희망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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