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英-日 “실적 낮은 대학 퇴출”

  • 입력 2007년 5월 3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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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고의 명문 옥스퍼드대가 심각한 내분 위기에 빠졌다.

23개 단과대의 노조 대표와 학생 대표들이 대학 당국의 정부보조금 지급 방식 개혁안에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 더 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대학 당국의 개혁안은 보조금 배분 기준을 연구 실적과 학생 수에서 ‘연구 실적’으로 단일화했다. 대학 당국은 개혁안이 현실화되면 단과대 간 경쟁을 촉발해 대학 전체의 연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학생 대표들은 “새 제도가 도입되면 ‘가난한’ 단과대가 ‘부자’ 단과대에 보조금을 빼앗기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경제 논리와 ‘균등’을 강조하는 교육 논리의 충돌은 비단 옥스퍼드대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87개에 이르는 국립대가 통째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일본 총리의 자문기구인 경제재정자문회의와 교육재생회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재무성이 교원과 학생 수에 따라 지급해 온 기존의 교부금 배분 기준에 ‘연구 실적’을 추가하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다.

새 방식이 도입되면 도쿄대로 대표되는 명문 국립대의 교부금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반면 50개 국립대는 교부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국립대 수입에서 정부의 교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국립대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개혁안의 파괴력이 이처럼 엄청나기 때문에 지방 국립대들은 물론 주무 부처인 문부과학성도 반기를 들고 나섰다.

문부과학성은 최근 “지방 국립대가 소비와 고용을 통해 지방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연간 400억∼700억 엔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경제 논리에는 경제 논리로 맞서겠다’는 맞불 전략인 셈이다.

교육계가 기를 쓰고 반대하는 개혁안을 ‘힘센’ 기관들이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계를 중심으로 한 교육 수요자들로부터 “미니 도쿄대는, 개성 없는 판박이 대학은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이다.

“성과가 낮은 미니 서울대는 필요 없다.”

한국 국립대도 교육 수요자들의 이런 목소리에 답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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