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10>居之安, 資之深

  • 입력 2007년 5월 3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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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苦海(고해)라는 말도 있지만, 삶은 역시 아름답다는 말도 있다. 불가에서는 삶을 苦海라고 하지만 극락도 마음에 있다고 가르친다. 기독교에서도 이 세상에 이미 천국이 있다고 가르친다. 그것을 마련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의 마음이며, 마음속에 있는 믿음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이 세상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살아야할 권리도 있고 의무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의 삶은 이를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항상 초조하고 불안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왜 우리는 초조하고 불안하며 바쁘게 살아가는가? 이는 부질없는 욕망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욕망에 이르기 위하여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초조하고 불안하게 보내는 것이다.

‘居之安, 資之深(거지안, 자지심)’이라는 말이 있다. ‘居’는 ‘살다, 사는 것’이라는 뜻이다. ‘休居(휴거)’는 ‘쉬어가며 살다’, 즉 ‘직장에서 물러나 살아가다’는 뜻이다. ‘蟄居(칩거)’는 ‘숨어 살다, 틀어박혀 살다’라는 말이다. ‘蟄’은 ‘숨다, 틀어박혀 지내다’라는 뜻이다. ‘之’는 주격조사 ‘-이, -가’라는 용법으로 사용된다. ‘安’은 ‘면(집 면)’과 ‘女’가 합쳐진 글자로서 어머니가 있는 집안을 나타낸다. 어머니가 있는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며, 어머니가 없는 집안은 허전하다. 이로부터 ‘安’에는 ‘편안하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資’는 ‘바탕’이라는 뜻이다. ‘資質’은 ‘바탕의 질’이라는 말이고 ‘資産’은 ‘바탕이 되는 물질’이라는 말이다. ‘深’은 ‘깊다’는 뜻이다. ‘深奧(심오)’는 ‘깊고 오묘하다’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居之安, 資之深’은 ‘사는 것이 편안하면 바탕이 깊어진다’는 말이 된다. 초조하고 불안한 생활에 젖어 있으면 바탕이 깊어지지 않는다. 바탕이 깊어지려면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비록 생활의 조건이 불편할지라도 잠시 눈길을 하늘로 돌리고 욕망을 잊으면 마음은 바로 편안해진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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